"사적인 자리에선 (이)강철이 형인데, KS에서 만나 기분이 좋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꼭 KS에 진출해 염경엽 감독과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고 싶었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
정규시즌 1위 LG와 2위 KT가 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 트로피를 놓고 7일부터 격돌한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LG는 6차전, KT는 7차전에서 각각 자신의 소속 팀이 우승할 것으로 자신했다.
이번 KS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감독의 지략 대결이다. 이 감독은 "KS에 진출하면 '우리 팀에 LG 출신 박병호와 박경수가 있고, 나와 염 감독의 대결로 이야기가 많겠구나'라고 점쳤다"며 웃었다.
두 감독의 인연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강철 감독이 염경엽 감독의 광주일고 2년 선배다. 프로 지휘봉을 먼저 잡은 염 감독의 첫 수석 코치가 바로 이 감독이다. 두 사람은 2013~2016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감독과 수석 코치로 4년이나 호흡을 맞췄다.
이강철 감독이 2021년 KT를 이끌고 KS 정상에 먼저 올랐다. 염 감독의 가을야구 최고 성적은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다. 염 감독은 "이 감독은 야구를 배우려는 마음이 굉장히 크다. 한국 프로야구의 리더로 앞으로 쭉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고교 졸업 후 2012년 겨울 (넥센에서 염 감독을) 다시 만났다. 굉장히 깐깐하더라. 그래서 감독이 됐구나 싶었다"며 "수석 코치로 4년간 염 감독을 보좌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그만하라'고 해도 시간만 나면 야구를 보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둘은 정상 문턱에서 맞대결을 기다렸다.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 중에도 KS에 너무 올라오고 싶었다. 염 감독과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KS에서 대결해 기분이 좋다"면서도 "(이 감독이) 저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껄끄럽다"고 웃었다.
'염갈량'이라는 별명을 가진 염경엽 감독은 올해 LG의 지휘봉을 잡아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이강철 감독은 부임 3년 차인 2021년 막내 구단 KT의 통합 우승을 지휘하며 '강철 매직'을 만들었다.
양 팀의 색깔은 뚜렷하다. LG는 타격과 불펜, KT는 선발이 강하다. 올해 초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두 팀은 우승 후보 1~2순위로 꼽히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KT가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발진이 완전체를 갖췄다. 우리 타자들이 KT 선발진을 공략하느냐가 키포인트"라고 했다. 이어 "박병호(상대 타율 0.352)와 배정대(0.429)가 우리 팀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둘을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강철 감독은 "LG는 정규시즌 1위 팀 아닌가. 투타 조화가 가장 좋은 팀이다. 주루도 강하다"라며 "LG 타자들의 콘택트가 정말 좋아서 항상 힘든 경기를 펼쳤다. 선발진이 다소 약해도 중간이 워낙 강하다"며 "LG 중간 투수가 최대한 늦게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선 LG가 10승 6패로 우위였다.
잠시나마 기 싸움도 펼쳐졌다. LG는 정규시즌 팀 도루 1위(166개)였다. 염경엽 감독이 "정규시즌과 KS는 분위기도 다르고, 전략도 달라야 한다. 정규시즌 과감한 작전을 펼쳤다면, KS에서는 성공률이 높도록, 신중하게 도루를 시도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강철 감독은 "앞서 플레이오프에서 보셨듯이 주전 포수 장성우가 정규시즌(도루 저지율 0.146)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