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KT는 지난 7~8일 열린 한국시리즈(KS) 1·2차전에서 1승씩 주고받았다. 1차전 9회 초 2사 후 KT 문상철의 결승 2루타가 터졌고, 2차전 3-4로 뒤진 8회 박동원의 결승 2점 홈런으로 LG가 이겼다.
염경엽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은 공격 첨병과 해결사의 화끈한 타격을 기다리고 있다. KT 박병호는 KS 1·2차전 모두 4번 타자로 나와 8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PS) 7경기에서 장타 1개(2루타)만 쳤다.
박병호는 KT 타자 중 PS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밟은 두 번의 KS를 포함해, 역대 KS 성적은 12경기 타율 0.156 1홈런 3타점에 불과하다. 프로 19년 차,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그는 특히 이번 KS에서 친정팀 LG를 상대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박병호는 2005년 LG로부터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그러나 '미완의 거포' 상태로 2011년 7월 넥센(현 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홈런왕 6회, 타점왕 4회에 오르는 등 KBO리그 최고의 홈런타자로 성장했다.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KT에 둥지를 튼 박병호는 올해 정규시즌 LG전 타율 0.352(13타점)로 강했다. 염경엽 감독이 "박병호와 배정대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낸 이유였다.
박병호는 지난 7일 KS 1차전 1-2로 뒤진 4회 무사 1·2루에서 삼진, 다음날 2차전 1회 초 무사 만루에서 내야 땅볼에 그쳤다. 해결사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후속 타자 장성우(0.429)와 배정대(0.500)가 KS에서 펄펄 날고 있어 박병호의 부진이 더욱 도드라진다. 박병호가 시원한 장타를 때려준다면 KT의 득점력과 팀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다.
LG는 홍창기의 '출루 본능'이 깨어나길 손꼽아 기다린다. 홍창기는 올 시즌 최고 리드오프 중 한 명이다. 정규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4위(0.332)를 기록했다. 출루율(0.444)은 리그 1위. 그 외 득점 1위(109개) 최다안타 3위(174개) 도루 11위(23개) 등에 오르며 LG가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선봉장 역할을 했다. 2021년과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고르기도 했다.
홍창기는 올가을에도 PS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그의 PS 통산 타율은 0.067(45타수 3안타)로 정규시즌 통산 기록(0.306)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가을 야구에서 1번 타자 자리를 내준 적도 있다. 이번 KS에서도 안타 없이 볼넷 1개로 1루를 밟은 게 전부다. 5타수 무안타에 그친 1차전에서는 두 차례나 초구 범타로 물러났다. 2-4로 뒤진 2차전 7회 말엔 강습 타구를 날렸지만, KT 2루수 오윤석의 호수비에 걸렸다. 홍창기는 얼굴을 감싸며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KS 2차전 종료 후에도 "홍창기에 대한 고민은 없다. 언젠가는 자기 역할을 할 것이다. 경기가 많이 남아있으니 본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LG가 자랑하는 공격력이 살아나려면 선봉장 홍창기의 부진 탈출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