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11일 수원 KT위즈파크. KT 선발 엄상백이 5회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교체됐다. 투구수 69개로 많지는 않았지만, 지난 8월 늑골 골절로 시즌 아웃된 뒤 이제 막 실전에 등판한 그가 더 많은 공을 던질 수 없었다. 교체 타이밍은 좋았다.
하지만 엄상백을 대신해 올라온 선수가 의외였다. 모두가 예상했던 배제성 혹은 필승조 손동현, 박영현, 이상동 등이 아니었다. 등번호 62번. 9회에 등판해야 할 마무리 투수 김재윤이 일찌감치 몸을 풀고 수원 마운드에 올랐다.
컨디션 및 자신감 회복이 필요했다. 김재윤은 전날(10일) 3차전에서 7-5로 앞선 9회 초 세이브 상황서 마운드에 올랐으나, 내야안타와 볼넷에 이어 역전 3점포를 얻어 맞으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구위가 떨어진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김재윤은 이튿날 편한 상황서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0-3으로 끌려가던 무사 1루 상황. 김재윤은 다음 타자의 희생번트를 침착하게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올렸지만, 홍창기에게 적시타를 맞으며 실점했다.
김재윤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볼넷을 내주며 주춤한 김재윤은 다시 한 번 홈런을 내주면서 고개를 숙였다. 문보경에게 던진 초구 140km/h 직구가 포수가 요구한 몸쪽이 아닌 바깥쪽 높게 형성되면서 실투가 됐고, 이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점수는 0-5로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KT는 김재윤의 추가 실점 이후 와르르 무너졌다. 김영현을 투입해 6회를 잘 마무리했지만, 7회 김영현-김민-주권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7실점을 합작하면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결국 KT는 4-15로 대패하면서 1패만 더 하면 탈락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경기 후 만난 이강철 KT 감독은 김재윤의 조기 투입에 대해 “김재윤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편한 상황에 투입했고, (5회에) 점수를 더 안 내주려고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패착으로 이어졌고, KT는 3연패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다.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를 거치면서 KT는 불펜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필승조 손동현과 박영현이 1차전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지만 2차전을 기점으로 지쳤고, 김재윤도 3·4차전에서 아쉬운 결과를 맞았다. 경기 전 “투입할 불펜 투수가 없다”라는 감독의 말이 엄살처럼 보였지만, 이날 투입된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는 감독의 우려대로였다.
선발진이 비교적 탄탄하게 시리즈를 이끌어 주고 있지만, 차갑게 식은 타선과 무너진 불펜으로는 경기를 이길 수 없었다. 불펜진의 반등이 필요한 가운데, 마무리 김재윤의 회복도 절실하다.
한편,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3승 1패 후 우승한 사례는 17회 중 무려 16차례나 된다. 우승 확률이 94.1%에 달한다. 반대로 1승 3패 후 3연승으로 우승한 팀은 2013년 삼성 라이온즈밖에 없었다. KT가 5.9% 확률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