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 레전드' 박용택 해설위원이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뒤 그라운드 세리머니를 펼치는 LG 트윈스 선수들을 보며 내뱉은 말이다. 그는 "오지환이 (경기) 끝나고 박경수·박병호(이상 KT 위즈)랑 한 번씩 안고 하더라. 그때 눈물 나더라. 암흑기를 거쳤고 느꼈던 선수들이니까"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의 KS 5차전을 6-2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LG가 KS에서 우승한 건 1990년과 199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이자 29년 만이다. 30년 가까이 우승 시계가 멈춰 있다 보니 적지 않은 스타 플레이어가 '무관'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2002년 데뷔해 2022년 은퇴할 때까지 LG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 박용택 위원도 마찬가지다.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한 레전드지만 우승 반지 없이 은퇴했다. 13일 현장에서 지켜본 후배들의 우승이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박용택 위원은 "LG 팬들을 보는데 8회까지는 흥분을 안 하더라. 9회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잡는데 그때 다 일어나더라"며 "팬들도 그런 시간(암흑기)이 있었으니까 감동적이고 스토리가 있는 거다. 만날 우승하면 재밌나”라며 말했다. 이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와이프에게 '지난해 (내가) 은퇴식을 하니까 올해 LG가 우승한다'는 그런 말을 했다"며 웃었다.
박용택 위원이 꼽은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유격수 오지환이다. 실제 오지환은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표 93표 중 80표(득표율 86%)를 획득, 팀 동료 박동원(7표)을 여유 있게 제쳤다. 시리즈 타율은 0.316(19타수 6안타). 결정적인 홈런을 3개나 터트렸다. 3차전 패색이 짙던 9회 초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 포함 2~4차전에서 모두 손맛을 봤다. KBO리그 역대 단일 KS 사상 첫 3경기 연속 홈런으로 KT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박용택 위원은 "오지환이 너무 결정적인 것들을 했다. 스토리도 좋고. 야구 모른다"며 "2018년에는 거의 국민 밉상처럼 ‘욕받이’였는데 지금은 LG 트윈스 팬들 마음속에…어쩌면 김용수도, 이병규도, 박용택도 아니고 오지환이 첫 번째 생각나는 선수일 수 있다. 어려운 시간 잘 참아내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이어 "LG는 앞으로 당분간 우승권에 있는 팀이 맞다. 10여 년 암흑기를 거치고 시행착오를 겪고 구단도 프런트도 느꼈다. 그때부터 하나하나 준비가 잘 됐던 거 같다. 이제는 올해 같은 감동적인 우승이 없지 않을까. 심심한 우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