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가을 돌풍이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 앞에 소멸됐다. KT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LG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2-6으로 패했다.
KT는 정규시즌 10위까지 떨어졌다가 2위로 올라서며 저력을 발휘했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PO)에서도 먼저 1·2차전을 내준 뒤 내리 3~5차전을 잡아내며 KS 무대에 올랐다. 1차전도 투·타 조화 속에 3-2로 승리했다. 하지만 2차전 8회 말, 믿었던 셋업맨 박영현이 박동원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맞고 4-5로 패했고, 이후 전세를 내주며 3차전(스코어 7-8)과 4차전(스코어 4-15)에서도 패했다.
1패면 탈락하는 5차전. 이강철 KT 감독은 총력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선발 투수 고영표가 3회 말 하위 타선 문성주와 신민재에게 각각 안타와 볼넷을 내줬고, 홍창기에게 희생번트까지 허용하며 맞이한 1·2루 위기에서 박해민에게 우전 2루타를 맞고 기세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KT 배터리는 박해민에게 3루 도루를 내줬고, 김현수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루수의 실책까지 나왔다. 2021년 통합 우승팀 KT의 2023년 가을은 특급 조연이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 키움 히어로즈에서 KT로 이적한 박병호의 무관도 불명예도 이어졌다. 그는 에이징 커브 우려를 이겨내고 2022시즌 홈런왕(35개)에 올랐다. 올 시즌도 KT 기존 간판타자 강백호가 부상과 부진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한 타선에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병호는 2022시즌까지 홈런왕만 6번 올랐다. '국민 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 홈런왕을 수상한 선수가 됐다. 하지만 우승 반지가 없다. 키움 히어로즈 시절이었던 2014시즌 삼성 라이온즈, 2019시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KS 무대에 나섰지만 모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박병호에게 찾아온 3번쨰 기회였다. 하지만 그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PO에서 타율 0.200에 그치며 부진했던 그는 KS 1·2차전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3차전 8회 말 5-5 상황에서 투런홈런을 치며 이번 PS 처음으로 아치를 그렸지만, KT가 이어진 수비에서 오지환에게 역전 스리런홈런을 맞고 7-8로 패하며 빛이 바랬다.
KS 5차전은 박병호에게 악몽이었다. 1회 말 선두 타자 홍창기의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베이스 커버에 나선 투수에게 송구 실책을 했다. KT가 0-2로 지고 있던 3회 말 1사 3루 상황에서는 투수 고영표가 내야 땅볼을 유도했는데, 이 타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KT가 추격 기회를 잡은 4회 초 1사 1·3루에서도 박병호는 LG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에게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KT가 2-6, 4점 차로 추격한 7회 초 2사 1루에서도 하덕주 상대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병호는 그동안 우승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2021년 KS 최우수선수(MVP)이자 고교 시절 선배인 박경수와 함께 KT의 2번째 우승을 일궈내겠다며 서로 밀고 끌어줬다. 하지만 올해도 박병호는 우승 트로피를 안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