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인기가 심상치 않다. 타이틀 롤 박은빈의 안정된 연기력은 물론 이번 작품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도 드라마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 미워할 수 없는 매력, 김효진
김효진이 연기하는 윤란주는 가수다. 그런데 비극이 좀 많다. 한때 잘나가던 톱스타였지만, 성대결절이 온 후 바닥으로 떨어진다. 점점 자기 자신도 놓아버린다. 밥 대신 술과 담배를 친구처럼 곁에 두며 사는 윤란주는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할 만큼 위태로운 인물이다.
김효진은 ‘윤란주’가 과거의 톱스타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무인도의 디바’ 제작발표회에서 “란주는 과거의 톱스타였기 때문에 그 시절에는 딱히 요즘 같은 제스처가 없다. 그래서 손 흔드는 것밖에 안 한 것 같다”면서 “톱스타가 되어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톱스타는 자신감과 실력이라 생각한다. 란주의 경우 굉장한 실력파 디바였기 때문에 상실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효진 연기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한때 톱스타였던 란주가 인기가 사그라든 후의 삶을 매력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기를 무시하는 후배에게 “내꼴 나기 싫으면 긴장 해라. 네가 못하면 팬들이 욕먹는다”고 얄밉게 충고를 날리고, 겨우 따낸 스케줄로 어렵게 번 돈을 술 먹고 탕진하는 등 자칫 우울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유쾌하게 승화했다.
그간 김효진은 ‘인간실격’, ‘사생활’, ‘매리는 외박중’ 등에서 주연으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자신의 매력을 극적으로 발산하진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랬던 그가 ‘무인도의 디바’로 인생 캐릭터를 만난 분위기다. ‘무인도의 디바’ 속 김효진이 입은 의상과 립스틱 등이 꾸준히 화제 된다는 건 그만큼 란주가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증거다.
◇ 차학연, 기자 연기도 '찰떡'
차학연은 보도국 기자 강우학을 연기한다. 궁금한 게 생기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해될 때까지 따지고 무는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다. 차학연은 이런 강우학의 특징을 실감나게 살리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도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차학연은 ‘무인도의 디바’ 주연 배우 중 유일한 가수 출신이다. 2012년 그룹 빅스로 데뷔한 그는 2014년 MBC 드라마 ‘호텔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로서 벌써 9년차에 접어든 차학연이지만, 줄곧 냉철하고 미스터리한 역할만 맡아왔다.
반면 ‘무인도의 디바’ 속 차학연이 그려내는 강우학은 이성적이지만,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내면 깊은 곳 따뜻함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때로 눈치가 없어 주변 사람한테 구박당하는 등 허당미도 있다.
차학연은 지난 5~6회에서 과거 가정 폭력으로 기억을 잃었던 우학이 모든걸 기억하게 되면서 느끼는 혼란과 미묘한 감정을 몰입도 있게 그려내며 호평 받았다. 누리꾼들은 “가수 출신인 거 잊었다”, “연기 이렇게 잘하는지 몰랐다” 등 놀라워 했다.
◇ 이승준, 소름돋는 두 얼굴
이승준은 기호의 아버지 정본완을 연기한다. 주민들에게는 사람 좋은 경찰이었지만 아들과 아내에게는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다. ‘무인도의 디바’는 힐링을 선사하는 구성이지만, 이승준이 등장할 때 만큼은 긴장감이 가득하다.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떠난 기호를 집요하게 찾아내는 등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정본완은 가정폭력으로 직위해제를 당해 건물 경비로 일한다. 그가 아파트 주민과 살갑게 이야기하던 중 “경찰 일은 왜 그만두었냐?”는 질문에 얼굴이 굳으며 “별게 다 궁금하네”라고 말하는 장면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장면’으로 꼽힌다. 이승준은 JTBC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사랑꾼 남편이자 아빠 강봉고를 연기하고 있어 그의 이런 모습은 더욱 반전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