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자신의 뒤를 이어 한국인 내야수 위상을 높일 '예비 빅리거'로 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을 꼽았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를 수상한 김하성은 지난 2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KBO리그) 내야수 중에는 김혜성이 다음으로 MLB에 올 것 같다"라고 했다. 김혜성이 지난 13일 막을 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활약한 모습을 보고 "또래 선수들과는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잘 성장하면 나보다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올해 소속 리그와 국제대회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2023 KBO리그 정규시즌에선 최다 안타(186개) 2위, 타율(0.335) 3위, 출루율(0.396) 5위에 올랐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6.48을 기록, 20승(6패)을 거둔 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에릭 페디(7.29) 홈런왕(31개)에 오른 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시환(6.83)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올해 처음으로 시상하는 수비상에서도 2루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혜성은 현재 KBO리그 대표 교타자이자, 가장 수비가 좋은 2루수다.
국제대회에서도 존재감이 돋보였다.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메이저리거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밀려 백업을 맡았지만, 9·10월 나선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선 주전 2루수로 활약하며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APBC에서도 타선 리드오프로 공격 선봉장 역할을 했다. 두 대회 모두 주장을 맡아 상대적으로 국제대회 경험이 적은 동료들을 이끌기도 했다.
김혜성은 항저우 AG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해외 진출에 문제가 될 수 있는 변수가 사라졌다. 2018시즌부터 풀타임을 소화한 김헤성은 한 시즌 등록 일수(145일)만 더 채우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신청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키움은 앞서 박병호·강정호·김하성·이정후의 MLB 도전을 허락한 바 있다.
김혜성은 항저우 AG 일정을 마친 뒤 MLB 도전 의사를 묻자 "미래는 이제부터 생각해 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팀 동료·지도자들은 이미 김혜성이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키움 소속 시절 김혜성과 4년(2017~2020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은 "(김혜성으로부터) 연락도 자주 온다. 궁금한 게 많다.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김)혜성이가 MLB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APBC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20일 김혜성도 김하성의 말에 긍정적인 답변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