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황의조(31·노리치 시티)가 잉글랜드 무대로 돌아와 리그 경기에서 선발 출전, 선제 결승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팀 사령탑은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인지를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황의조는 2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노리치의 캐로우 로드에서 열린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와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17라운드 홈 경기에서 선발 출전, 전반 21분 선제골을 넣었다. 황의조의 리그 2호 득점. 지난 10월 선덜랜드전 득점 이후 한 달만에 터진 득점포였다. 황의조는 후반 19분 아담 아이다와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노리치는 이 득점을 마지막까지 지켜내 리그 2연승을 달렸다. 리그 7승(2무 8패)째를 기록한 노리치는 13위(승점 23)에 위치했다.
황의조는 이날 4-2-3-1 전형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맡았다. 당초 그의 출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노팅엄 포레스트를 떠나 노리치로 임대된 그는 벤치에서 출격하다 최근에는 주전 공격수로 나서며 출전 시간을 늘렸다. 지난 달 선덜랜드와의 14라운드를 시작으로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다만 황의조가 최근 겪고 있는 상황 탓에 팬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앞서 지난 6월 25일, 황의조의 전 연인이라고 주장한 여성 A씨는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그가 여성과 함께 있는 모습과 영상을 게시했다. 당시 A씨는 “그는 상대와 애인 관계인 것처럼 행동하며 잠자리를 갖고, 다시 해외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관계 정립을 피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여성들을 가스라이팅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황의조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글·영상도 담겨 파문이 일었다.
이후 황의조 매니지먼트사는 “업로드된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면서 선수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황의조 측은 법무법인 정솔을 통해 자필 입장문을 공개했는데, 그는 “지난 6월 25일 자신을 여자 친구라고 칭하는 자에 의해 허위 게시물이 업로드되고 사생활 영상이 유포됐다”며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것과 같은 불법적인 행동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20일 “황의조 선수를 불법 촬영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황의조를 협박하고, 관련 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그의 전 여인이라고 주장하는 여성 A씨는 구속됐다고 전했다.
한편 황의조 측은 불법 촬영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영상에 등장한 피해 여성은 자신의 동의 없이 불법으로 촬영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진실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황의조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기간이 A매치였던 터라 팬들의 시선은 집중됐다. 당시 그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승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숱한 논란 속에, 21일 중국과의 C조 2차전에선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다. 이후로는 곧바로 영국행에 몸을 실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영국으로 따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황의조는 우리 선수다. 아직까지 혐의가 입증되거나, 혐의가 나온 것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혐의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 선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황의조는 너무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다. 다가오는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과정인데, 황의조 선수가 소속팀으로 돌아가서도 많은 득점을 올리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란다. 이어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동행 의지를 드러냈다.
영국 현지에서도 황의조의 기용 문제를 두고 이슈가 다뤄졌다. 하지만 다비드 바그너 노리치 감독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판단하고 통제할 수 있는 건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황의조의 출전 여부는 내가 결정할 일이다”라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날, 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황의조는 전반 21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트래핑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QPR의 골망을 흔들었다.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모양새다.
바그너 감독은 경기 뒤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승리”라며 “우리가 득점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최근 너무 많은 실점을 했기 때문에 클린시트를 유지한 건 매우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어 황의조의 활약에 대해선 “그에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황의조는 우리와 함께하며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축구 선수인지 증명했다”라면서 “그는 훌륭한 기술과 프로 의식을 갖고 있다.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고, 골을 정말 잘 넣었다”라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