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중 가장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은 오지환(33·LG 트윈스)과 박찬호(28·KIA 타이거즈)가 골든글러브를 두고 다시 격돌한다.
2023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오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다. 7명이 후보로 이름을 올린 유격수 부문은 오지환과 박찬호의 이파전이다. 모든 포지션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미 지난달 2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시상에 나란히 단상 위에 올랐다. 올해 신설된 KBO 수비상에서 나란히 87.5점을 기록하며 유격수 부문 공동 수상자가 됐다.
이 상은 야구인 투표 점수 75%와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해 결정했다. 수비 기록은 공식 기록 업체인 스포츠투아이와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수비 지표가 반영됐다. 오지환은 투표 점수 75점, 수비 점수 12.5점을 받았다. 박찬호는 투표 점수 66.67점, 수비 점수 20.83점을 받았다. 지도자·동료에게 조금 더 인정받은 선수는 오지환이었고, 기록이 말하는 가장 안정감 있는 선수는 박찬호였다.
오지환은 지난 시즌(2022) 타율 0.269·25홈런·87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바 있다. 총 득표율 78.6%(313표 중 246표)를 기록할 만큼 경쟁자가 없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오지환은 2023 정규시즌, 타율 0.268·8홈런·62타점을 기록했다. 타격 기록만 보면 유격수 후보 중 유일하게 3할(0.301) 타율을 기록하고, 가장 많은 안타(136개)와 도루(30개) 기록한 박찬호가 우위에 있다.
오지환의 경쟁력은 팀 기여도다. 몇몇 공격 지표 수치가 지난 시즌보다 떨어지긴 했지만, 득점권에선 타율 0.298를 기록하며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정규시즌 결승타는 무려 11개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15개)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수비에서도 센터 라인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LG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끌었다. 실제로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는 3.63을 기록하며 3.58을 남긴 박찬호보다 높았다. 여기에 '우승팀 주장'이라는 프리미엄도 있다.
박찬호는 그동안 약점으로 평가받던 공격력을 보완하고, 비로소 데뷔 첫 골든글러브 수상 자격을 갖췄다. 9번 타자에서 타선 리드오프(1번 타자)로 올라서기도 했다. 8월 말부터 상승세를 타던 KIA가 주춤한 것도 박찬호가 주루 중 손가락(왼 약지)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했을 때였다.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유격수)을 소화하며 3할 타율을 기록한 건 매우 큰 경쟁력이다. 박찬호가 유력한 수상 후보인 이유다. 반면 6위에 그친 팀(KIA) 성적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경쟁자 오지환은 명백히 소속팀 LG를 1위로 이끈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