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분들에게 스킵할 어떤 순간도 주지 말자’고 다짐하며 만들었어요. 오른쪽 손가락이 올라가는 순간 끝난다! 하고 생각했죠. 재미와 감동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를 연출한 이명우 감독은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얼떨떨하면서도 한편으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안심된다”고 전했다.
‘소년시대’는 1989년 충청남도, 안 맞고 사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인 온양 찌질이 병태(임시완)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다이내믹 청춘 활극이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소년시대’는 공개 3주 만에 입소문을 타더니 첫 주 대비 시청량이 무려 934% 폭증했다. 17일 기준 쿠팡플레이 인기 TV 프로그램 톱20위 순위에서 3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명우 감독은 “배우들의 캐스팅이 신의 한 수”라고 공을 돌렸다. ‘소년시대’에는 임시완부터 이선빈, 이시우, 강혜원 등이 주연으로 등장한다. 특히 임시완의 찌질한 연기는 “하다 하다 못생김까지 연기하는 배우는 처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화제다.
“임시완은 제 원픽이었어요. 이 친구가 ‘미생’ 이후로 걸어왔던 길을 유심히 지켜봤거든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 엄청 열정적이더라고요. ‘소년시대’에서도 그랬어요. 가수 박남정의 ‘ㄱㄴ춤’을 추는데 현장에 댄서 효진초이를 동원했더라고요. ‘와 이 친구 진짜 매사에 진심이구나’ 싶었죠. (웃음)”
2000년 SBS 공채 프로듀서로 발탁된 이명우 감독은 ‘올인’ ‘발리에서 생긴 일’ 조연출을 거쳐 2007년 ‘불량커플’로 데뷔한 뒤 ‘무사 백동수’ ‘너희들은 포위됐다’ ‘편의점 샛별이’ 등을 연출했다. 2019년 ‘열혈사제’ 이후 SBS를 퇴사, 모스트콘텐츠의 유진오 대표와 함께 제작사 더스튜디오엠을 설립했다. 이후 2021년 11월 쿠팡 플레이에서 ‘어느 날’로 OTT에 첫 발을 내딘 뒤 이번 ‘소년시대’가 두 번째 작품이다.
이명우 감독은 “지상파처럼 시청률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서 반응을 체감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하면서도 “가장 큰 차이는 OTT는 ‘뒤로감기, 앞으로 감기’가 가능하다는 거다. 즉 시청자분들이 작품 속 옥에 티나 숨겨진 장치를 더 잘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감독은 ‘소년시대’가 1990년대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 주목해 레트로한 소품과 장소, 의상 등 디테일한 부분에 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명우 감독은 이날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조심스레 나이대를 물어보더니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 시절에는 공중전화기에 20원을 넣고 상대방이 받을까 말까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곤 그랬다. 그러다 안 받으면 20원이 철컥하고 다시 나오는데 이런 소리 하나도 고증을 살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년시대’는 100% 오리지널 대본이라는 점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이명우 감독 역시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저희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입힌다는 장점이 있어요. ‘소년시대’는 코미디 장르인데, 코미디가 좋은 코미디로 남으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큰 울림이 있어야 하죠. 진정한 리더란 무엇인지,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 등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한 작품이 큰 인기를 얻으면 팬들은 자연스레 시즌2를 기대하게 된다. “‘소년시대’ 시즌2는 ‘소녀시대’냐”고 묻자 이명우 감독은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대답은 ‘NO’였다. 그는 “사실 ‘소년시대’ 기획 단계부터 시리즈를 생각하고 만들었다. 아쉽게도 ‘소녀시대’는 아닐 것 같지만, 세계관이 확장된다면 고려해 볼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소년시대’는 총 10부작으로 현재 8화까지 공개됐다. 22일 9, 10화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