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도 이런 열일이 없다. 올해 화제를 모은 작품에는 모두 배우 김해숙이 있었다. 김해숙이 67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일 행보로 반가움을 더하고 있다.
김해숙은 올해 SBS ‘악귀’를 시작으로 JTBC ‘힘쎈여자 강남순’, SBS ‘마이데몬’, 영화 ‘3일의 휴가’로 대중과 만났다. 여기에 오는 22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파트1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총 5개 작품에서 얼굴을 비추게 된다. 작품 수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다섯 개의 작품에서 모두 다른 면면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악귀’는 최고 시청률 11.2%를 기록하며 지난 7월 화제 속에 종영했다. 극중 민속학자 해상(오정세)의 할머니이자 대부업체 대표 나병희 역을 맡은 그는 등장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병희는 회사의 승승장구를 위해 악귀를 만드는 의식을 치르는 인물. 김해숙은 돈을 위해 가족까지 버리는 나병희의 비정함을 섬찟하게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180도 달라진 얼굴을 보여줬다. 김해숙은 선천적 괴력을 가진 마장동의 살아있는 전설 길중간 역을 맡았다. 김해숙은 ‘힘쎈여자 강남순’을 통해 액션에 도전하는가 하면 정보석과 러브라인으로 중년의 로맨스를 펼쳐 “매력적인 중년 역할은 김해숙을 통한다”는 평을 받았다.
김해숙은 현재 방송 중인 ‘마이 데몬’에서는 도도희(김유정)의 할머니이자 대기업 창업주 주천숙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3일의 휴가’에서는 딸 진주(신민아)를 위해 특별한 휴가를 받아 지상으로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아 절절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다.
‘악귀’에서는 악귀보다 더 악귀 같은 나병희, ‘힘쎈여자 강남순’에서는 시니어계의 팜므파탈 길중간, ‘3일의 휴가’에서는 희생적이고 따뜻한 복자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 김해숙. 선과 악을 오가는 캐릭터들이 김해숙을 만나 대중을 웃고 울리고 있다.
김해숙은 ‘경성크리처’로 2023년을 마무리한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해숙은 사건의 중심인 금옥당 식구들을 챙기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나월댁을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올해 다섯 작품에서 다른 얼굴을 보여준 김해숙. 오래전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던 김해숙은 ‘3일의 휴가’ 인터뷰에서 “아직 내 안에는 꺼내고 싶은 내가 많다. 앞으로도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해나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매 작품 진심이 묻어나는 연기로 관록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김해숙이 보여줄 또 다른 모습은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