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차지한 통합 우승의 대가일까. LG 트윈스가 프로야구 사상 첫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을 저촉하는 구단이 될 전망이다.
LG는 지난주 대형 계약을 연이어 터트렸다. 21일 투수 임찬규, 24일에는 투수 함덕주와 자유계약선수(FA) 잔류 계약을 각각 발표한 것이다. 두 선수 모두 계약 기간은 4년. 임찬규는 최대 50억원(계약금 6억원, 총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 함덕주는 최대 38억원(계약금 6억원, 총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을 받는다. 두 계약의 총액이 최대 88억원에 이른다.
올 시즌 LG의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은 107억9750만원이었다. 두산 베어스(111억8175만원) SSG 랜더스(108억4647만원)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샐러리캡 상한액(114억2638만원)까지 여유 금액은 6억2888만원. 턱밑까지 근접한 샐러리캡에 저촉하지 않으려면 겨우내 지출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선수단 기본 연봉이 올랐다. 여기에 주축 선수마저 FA로 풀려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다. LG는 소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임찬규와 함덕주를 모두 잔류시켰다.
LG는 과감한 행보로 우승 전력을 유지했으나, 샐러리캡이 문제다. 차명석 LG 단장은 임찬규 계약을 발표한 뒤 본지와 통화에서 '샐러리캡 괜찮냐'는 질문에 "안 괜찮다. 5년 연속 성적(포스트시즌 진출)을 냈고 우승까지 했는데 샐러리캡 안 넘으려면 이 선수들(FA) 한 명도 못 잡는다. (계산해봐야 알지만) 일단 넘는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LG는 지난 21일 오지환 계약도 공식화했다. 오지환은 지난 1월 비FA 다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발표가 없었다. 2024년부터 6년, 최대 124억원(계약금 50억원, 총연봉 5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의 대형 계약이 적용될 예정. 외야수 김현수와 박해민, 포수 박동원을 비롯해 팀 내 FA 계약 선수가 많은 LG로선 임찬규와 함덕주에 오지환까지 더하면 샐러리캡 부담이 작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FA 양석환과 잔류 계약을 한 두산과 LG의 샐러리캡이 가장 위험해 보이는 건 사실"이라며 "두산은 샐러리캡을 피하려고 FA 계약 선수들의 연봉을 (분산해) 뒤에 몰아넣는다는 얘기가 많다. LG는 발표 금액을 단순히 계산했을 때 샐러리캡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어떨지 다들 궁금해한다"고 귀띔했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잔류 여부도 변수다. 고우석은 현재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 문을 노크하고 있다. 만약 LG에 잔류하면 내년 시즌 샐러리캡에 그의 연봉(2023년, 4억3000만원)도 포함해야 한다. 고우석이 예비 FA라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예비 FA는 이적 보상금을 고려, 그해 연봉 협상에서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이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올해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샐러리캡을 초과하지 않았다. 내년엔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