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는 무엇이냐, 바람을 다스리고 마른 하늘에 비를 내리게 하며 땅을 접어 다니며 검을 바람처럼 휘둘러 천하를 가르고 그 검을 꽃처럼 다룰 줄 아니, 가련한 사람들을 돕는 게 바로 도사의 일이다. (‘전우치’ 中)
그 도사의 일이 다시 시작된다. 외계인과 본격적으로 싸우면서.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 1부에서 벌린 이야기들을 2부에서 주워 담으면서 확실하게 도사의 일을 보여준다.
인간의 몸 속에 가둬진 외계인 죄수의 탈옥을 막으려다 과거에 갇혀버린 이안. 우여곡절 끝에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는다. 이안은 썬더를 찾아 자신이 떠나온 미래, 곧 현재로 돌아가려 한다. 현재에선 외계인만 살 수 있도록 지구의 대기를 바꾸는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단 48분이 남았을 뿐이다.
이안을 위기의 순간마다 도와주는 무륵. 자신의 몸 속에 이상한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끼면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신검을 찾으려 한다. 무륵 속에 요괴가 있다고 의심하는 삼각산 두 신선과 신검으로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 신검을 차지해 현대로 돌아가려는 자장까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진다.
탈옥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폭발시킨 외계물질 하바로 많은 사람들이 죽은 현재. 우연히 외계인을 목격한 민개인은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시간의 문이 열린다.
‘외계+인’ 2부는 전편의 시간선에서 다시 출발한다. 도사, 신선 그리고 요괴들이 신검을 둘러싸고 싸우던 고려시대로 관객을 곧장 끌고 들어간다. 1부처럼 과거와 현재를 숨가쁘게 오가기 보단 과거의 일을 흘러가게 한 뒤 현재와 접점을 찾고, 다시 그 접점을 시간의 문으로 잇는다. 1부가 과거와 현재를 접고 접은 종이접기 같은 플롯이었다면, 2부는 과거와 현재 사이에 시간의 문을 놓고 일직선으로 내달린다. 이 같은 구성은 영화에 보다 간결하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최동훈 감독은 1부에 흩뿌린 설정과 복선을 2부에서 하나씩 짜맞춰 인과를 완성한다. 우연인 듯 보이는 모든 게 필연이라는 인과를, 반전과 반전으로 쌓아서 마지막에 폭발시킨다. 그러면서 말한다. 모든 게 ‘뜰 안의 잣나무’라고. 잣나무를 말하는 순간 뜰을 보기 보단 잣나무를 떠올리기 마련이니, 그 말에 휘둘리지 말고 본질을 보라 말한다. 필연이 뜰이요, 잣나무는 싸움이니, ‘외계+인’은 시공간을 오가지만 결국 도사의 일이 뭔지를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바로 알고, 작은 힘이라도 모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최동훈 감독은 그 과정을 유쾌하고 즐겁게 그린다.
2부에선 이안을 맡은 김태리의 활약이 커졌다. 과거에서 경쾌하게 천둥을 쐈던 그는, 현재로 돌아와선 더 많은 액션과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푼다. 1부를 이끈 무륵 역의 류준열은, 2부에선 김태리 곁에서 도사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 심각한 것을 심각하지 않게 풀 줄 아는 게 류준열의 장점이다. 삼각산 두 신선 역의 염정아와 조우진은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웃음을 담당한다. 2부에서 새로 등장한 능파 역의 진선규는 웃음끼 뺀 액션이 제법 잘 어울린다. 민개인 역의 이하늬는 늘 그렇듯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외계+인’ 1부 러닝타임이 142분이었던 데 비해 2부는 122분이다. 20분이 줄어든 덕에 속도가 빠르다. 다만 그 탓에 최동훈 감독 특유의 시퀀스 안의 서스펜스와 이완을 주는 리듬은 줄었다. 전반부엔 속도를 택한 대신 리듬을 줄였다면 후반부는 이 리듬이 다시 춤을 추며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 균형의 묘가 관객들에게 마지막에 팝콘 터지는 듯한 기분을 줄 듯 하다. 엔딩 OST인 팝송 ‘인 드림스’는 그 기분을 한층 몽글몽글 만든다. 한바탕 꿈을 꾸고 떠나는 여행. 슬프고 힘든 시간을 잠시 내려놓고 뜰 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