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이 광주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는 내부 회의에 들어갔다. 내야 선수층 강화를 위해 서건창의 영입을 논의했다. 그의 몸 상태와 반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서건창에게 손을 내밀어 계약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KIA 타이거즈는 15일 서건창과 연봉 5000만원, 옵션 7000만원 등 총액 1억2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KIA 관계자는 "경험이 풍부한 서건창이 팀 내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어서 “김선빈과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라며, 고향 팀에서 부활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연봉 2억원을 받고 뛰었던 서건창은 최저 연봉이나 다름없는 5000만원에 계약을 맺고 고향 팀에서 뛰게 됐다. 이유는 명확했다. 서건창은 2019년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0년 타율 0.277로 주춤한 그는 2021년 투수 정찬헌과의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으나 자리를 잡지 못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그가 기록한 성적은 121경기 타율 0.216. KBO리그 최초 200안타(2014년 201개)의 주인공답지 않은 실력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2023시즌 후 LG로부터 재계약 방출 통보를 받았다. 새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의 러브콜도 있었고, 김선빈과의 FA(자유계약) 협상이 지지부진한 고향팀 KIA와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계약 소식은 해를 지나도 들려오지 않았다. 지난 4일 KIA가 김선빈과 FA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2루수인 서건창의 고향행은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열흘 후 서건창은 다소 극적으로 고향 팀 유니폼을 입었다.
절치부심의 결연한 의지, 부활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 통했다. 서건창은 광주에 내려와 몸을 만들고 있었고, 이를 모니터링한 KIA의 부름을 받았다. 입단 계약이 결정된 후 심재학 단장이 서건창의 손을 잡고 놀랐다는 후문이다. 심 단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시즌 선수의 손이 아니었다. 정말 열심히 준비한 손이었다”라며 서건창을 대견해 했다. 서건창도 “이번이 내게 마지막 기회 아닌가”라면서 “이 팀(KIA)에서 우승하고 싶다”라며 의지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찾았지만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 200안타의 영광은 더 이상 없고 보장된 ‘주전 2루수’ 자리도 없다.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지금으로선 팀 내 붙박이 2루수 김선빈의 백업 멤버 중 한 명이다. 연봉 5000만원이 서건창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 하지만 옵션 금액이 7000만원이다. 서건창이 반등에 성공한다면 억대 금액을 수령할 수 있다. 서건창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심재학 단장은 “서건창이 옵션 금액을 다 가져갔으면 좋겠다. 서건창이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면 윈-윈 아닌가. 팀 우승까지 이끄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심 단장은 “이제 서건창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200안타 타이틀을 버리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코치진의 냉정한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해야 한다. 잘 해줬으면 좋겠다”라며 그의 부활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