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첫 경기를 치른 클린스만호가 16강 진출 조기 확정을 바라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2경기 만에 조 1위 확정까지도 가능하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선제골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의 멀티골 맹활약을 앞세워 바레인을 3-1로 완파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을 비롯해 조규성(미트윌란) 이재성(마인츠05) 등을 전방에 내세운 한국은 전반 38분 황인범의 선제골로 균형을 깨트리고도 후반 6분 동점골을 실점하며 주춤했다. 그러나 후반 11분과 23분에 터진 이강인의 연속골을 더해 승전고를 울렸다. 역대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 6승 7무 1패로 유독 약했던 한국은 1972년 이후 무려 52년 만에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뒀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요르단이 말레이시아를 4-0으로 대파하면서 한국은 조별리그 E조를 2위로 출발하게 됐다. 승점은 같지만 한국은 득실차가 +2, 요르단은 +4로 순위가 엇갈렸다. 그 뒤를 바레인(-2) 말레이시아(-4)가 잇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가 선두 요르단이다.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 카타르 도하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요르단을 이기면, 한국은 16강 진출은 물론 다른 팀 결과에 따라 조 1위까지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다. 아시안컵 조별리그는 승점이 같으면 조별리그 전체 성적이 아닌 승자승을 먼저 따지는 규정 덕분이다.
요르단전 승리 시 한국은 승점 6을 기록, 요르단(승점 3)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이어 열리는 경기에서 바레인이 ‘최약체’ 말레이시아를 꺾거나 두 팀이 비기면, 한국은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조 1위를 통한 16강 진출을 확정한다. 승점 6을 쌓은 한국이 최종전 말레이시아전에서 져 요르단 또는 바레인과 승점 동률을 이루더라도 상대전적에서 앞서 더 높은 순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이 요르단을 잡고, 바레인이 말레이시아에 질 경우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한국이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에 지고 요르단이 바레인을 최종전에서 이기면 한국과 말레이시아, 요르단 3개 팀이 승점 6으로 동률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 경우 세 팀 간 상대전적을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세 팀 간 승점은 동률이라 결국 득실차나 다득점까지 따져야 하는데, 요르단이 말레이시아를 4골 차로 대파한 기록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 팀 간 상대 전적에서 밀려 조 3위로 떨어지더라도, 조 3위를 통한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번 대회는 6개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에도 16강 진출권이 돌아간다. 지난 2019년 대회의 경우 각 조 3위 팀들 중 성적이 가장 좋았던 팀의 승점이 4점이었다.
결국 2차전 요르단만 이기면 한국의 16강 진출은 확정적이고, 말레이시아가 바레인을 잡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조 1위까지도 조기에 확정할 수 있다.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편하게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를 수 있는 셈이다. 최종전에서 주축 선수들이 숨을 고를 기회를 마련할 수 있고, 그간 출전 기회를 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요르단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배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요르단은 87위로 격차가 크다. 역대 전적에선 한국이 3승 2무로 무패를 기록 중이다. 3승 모두 1-0 승리에 그친 아쉬움은 있지만, 역대 최고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대표팀이라면 앞선 바레인전처럼 다득점 승리를 노려야 한다. 16강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