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점퍼를 입은 우규민(38)은 연달아 자신의 옷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16일 이적 후 처음으로 KT 구단 물품을 받은 그는 곧바로 구단 점퍼로 갈아입은 뒤 기자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KT는 정말로 오고 싶었던 팀”이라던 그는 벅찬 가슴을 쓸어내리기 바빴다.
우규민은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8년 만에 팀을 옮겼다. 2017년 FA(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삼성의 푸른 유니폼을 입은 우규민은 두 번째 FA까지 삼성에 남았으나 지난 시즌을 마치고 KT로 이적했다. 당시 나도현 KT 단장은 "우규민이 앞으로 2년 동안 허리에서 밸런스를 잘 잡아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그를 영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의 2차 드래프트 보호 명단에서 빠진 것을 알게 된 우규민은 내심 KT행을 바랐다. 사이드암 스로의 전설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LG 트윈스 시절부터 진한 친분을 쌓아 온 박경수, 박병호, 배정대 등이 있어 함께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특히 ‘절친’ 박경수와는 지속적으로 연락하며 “함께 뛰고 싶다”라는 의사를 강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의 바람대로 우규민은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뛸 듯이 기뻤다는 그는 16일 KT 점퍼를 입고 다시 텐션을 높였다. 마침 그날 KT 라커룸에는 박경수와 박병호, 배정대 등 우규민이 보고싶은 얼굴들이 개인 훈련을 위해 나와 있었고, 이강철 감독도 이적 후 처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규민은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박경수는 2003년 LG 입단 동기, 박병호는 2년 후배 LG 동료였다. 신인 시절 동고동락하며 함께 많이도 혼났다던 우규민은 마흔이 돼서야 다시 이들과 한 팀이 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라고 전했다. 기자와 만난 그는 “나이 40(한국나이)에 이런 설레는 마음이 또 생길 줄은 몰랐다. 빨리 오키나와에서 팀 플레이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설레는 마음과는 별개로, 우규민은 새로운 팀에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현재 KT에는 베테랑 야수들이 많지만, 투수진은 젊은 선수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KT 팀 문화 자체가 투수와 야수 구분이 크게 없고 고영표가 투수조 주장으로 중심을 잘 잡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베테랑 우규민이 합류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에서 남다른 리더십으로 어린 투수들을 이끈 경험이 있어 어색한 점은 없다.
우규민은 “주장인 (박)경수가 투수조 중심을 잘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아무래도 투수들이 어리다 보니 투수들이 경수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지 못할 거다. 내가 편하게 경수와 이야기하면서 투수들을 도와주고자 한다”라면서 “KT 팀 문화가 워낙 좋아서 내가 이끌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젊은 선수들이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우규민이 비시즌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다. 이렇게 몸 좋았던 (우)규민이를 처음 보는 것 같다. 6연투도 가능하다더라”며 웃었다. 이 얘기를 들은 우규민은 “6연투는 농담이고, 운동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필라테스를 처음 시작했는데 특히 옆구리와 허리가 중요한 사이드암 스로 투수에게는 정말 좋은 것 같다. 몸을 잘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우규민은 17일 문용익(KT)을 비롯한 전 동료(삼성) 후배들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개인 훈련에 매진한다. 지금은 KT 소속이지만 지난해 삼성 시절 정해놓은 일정이라 취소할 순 없었다. 후배들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우규민은 "오키나와 가서 열심히 몸 잘 만들고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