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긴 이겼는데 뒷맛들이 개운치가 않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후보’들의 첫 경기 공통된 결과다. 객관적인 전력상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된 팀들마저 진땀을 흘렸다. 한국·일본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은 물론 중동의 강호들도 저마다 첫 경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4개 팀이 6개 조로 나뉘어 치러지는 2023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는 17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을 끝으로 첫 경기를 모두 치렀다. 우승후보들의 첫 경기 패배 등 이변으로 분류할 만한 결과는 없었으나, 우승후보로 분류됐던 팀들 가운데 깔끔하게 결과를 챙긴 팀은 ‘그나마’ 개최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카타르가 유일했다.
‘역대 최고 전력’을 자랑하며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분류된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15일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선제골은 전반 38분에나 나온 데다 후반 초반엔 동점골까지 실점하며 자칫 이변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다행히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멀티골이 터지며 승리를 따냈으나, 슈팅 수 14-9 등 상대를 압도할 만큼 우승후보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보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바레인은 86위였다.
한국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일본 역시 첫 경기에서 진땀을 흘렸다. 지난 14일 베트남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4-2 재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2골을 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하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그나마 가까스로 승부를 뒤집긴 했으나 ‘강력한 우승후보’ 자존심에 분명히 생채기가 난 경기였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FIFA 랭킹 10위권대 팀(17위), 베트남은 94위 팀이다. "베트남에 시달린 일본처럼, 한국도 어려운 첫 경기를 치렀다"고 전한 일본 스포츠호치의 보도는 한국과 일본 모두 첫 경기 성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회 조별리그 1차전 마지막 경기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승후보들 가운데 가장 진땀을 뺀 팀이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실점한 뒤 좀처럼 균형을 맞추지 못하다 후반 33분 가까스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좀처럼 역전골을 넣지 못하며 무승부에 그칠 뻔했던 상황. 후반 추가시간 6분에 나온 극장골에 가까스로 자존심을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FIFA 랭킹이 56위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늘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다. 오만의 FIFA 랭킹은 74위다.
이밖에 호주도 지난 인도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에 득점을 넣지 못하다 후반에 2골을 넣어 겨우 2-0으로 승리, 다소 찝찝하게 첫발을 내디뎠다. 또 다른 우승후보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4-1로 제압했으나, 앞선 두 대회 본선에서 단 1골에 넣는데 그친 'FIFA 랭킹 99위' 팔레스타인에 한 차례 일격을 맞으며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그나마 카타르는 개막전에서 레바논을 3-0으로 꺾고 무실점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카타르가 보여줬던 전반적인 경기력은 개최국 이점,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진 않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아시안컵 조별리그는 17일 오후 8시 30분 레바논과 중국의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시작으로 다시 순차적으로 2차전을 치른다. 2경기 만에 16강 진출, 나아가 조 1위까지 조기 확정하는 팀들도 속속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첫 경기에서 자존심을 구긴 팀들이 얼마나 빨리 ‘우승후보다운’ 경기력과 결과를 보여줄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는 20일 오후 8시 30분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르는 클린스만호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