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이 부천 하나원큐를 꺾고 사흘 전 청주 KB 스타즈전 패배 아쉬움을 털었다. 선두 KB와 격차를 1경기 차로 좁히며 다시 정규리그 우승 경쟁의 불씨를 지폈다. 반면 하나원큐는 연승 기회를 놓친 채 3위 용인 삼성생명과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우리은행은 17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여자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하나원큐를 63-46으로 제압했다.
지난 14일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KB에 졌던 우리은행은 시즌 첫 연패 위기를 잘 넘겼다. 15승 3패를 기록, 선두 KB(16승 2패)와 격차를 1경기 차로 다시 좁혔다. 반면 하나원큐는 부산 BNK 썸전 승리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7승 11패로 3위 삼성생명과 격차는 1.5경기로 늘었다.
이날 두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슛 난조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나마 1쿼터엔 흐름이 좋았던 우리은행이 일찌감치 격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고, 외곽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덕분에 승전고를 울렸다. 이날 야투율은 우리은행이 34%, 하나원큐는 24%였다. 하나원큐는 특히 3쿼터 막판 이날 19번째 시도 만에 첫 3점슛을 성공시킬 만큼 외곽 성공률이 크게 떨어졌다. 1쿼터와 3쿼터엔 각각 9점과 7점으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김단비가 15득점 14리바운드 4어시스트, 박지현은 15득점 17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나란히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나윤정도 3점슛 4개를 포함해 16점을 책임지며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쌓았다.
하나원큐는 양인영이 팀 내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12득점)에 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지만, 다른 선수들은 모두 한 자릿 수 득점에 그쳤다. 야투율뿐만 아니라 리바운드 수에서도 우리은행에 13개 열세였다.
이날 다시 분위기를 바꾼 우리은행은 오는 21일 홈으로 최하위 인천 신한은행을 불러들여 2연승에 도전한다. 하나원큐는 이틀 뒤인 19일 홈에서 선두 KB와 격돌한 뒤 오는 24일 신한은행 원정길에 오른다.
경기를 앞두고 김도완 감독은 “부담 없이 싸워보려고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 감독은 “결국 이런 산을 넘어야 상위 클래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해볼 만하다고는 생각한다. 대신 선수들이 기존에 있던 고정관념들을 좀 깨고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나와주면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걸 깨고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예를 들어 상대는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하는 농구를 한다. 그런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도록 한번 싸워봤으면 좋겠다. 강하게 압박 수비도 해보고,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으려고 해봤으면 한다. 수비든 공격이든 조금 더 과감하고, 또 공격적으로 해주기를 바란다. 물론 농구에 정답은 없다. 선수들에게 ‘판단이 섰을 때 그냥 가라’고 했다. 그런 플레이들을 자신 있게 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맞선 위성우 감독은 “작년의 하나은행이 완전히 아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상대의 상승세를 경계했다. 실제 최근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하나원큐는 이번 시즌엔 4위에 올라 4강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위 감독은 “(김)정은이와 (김)시온이가 갔고, 양인영과 신지현도 이제 농구를 잘할 나이대가 됐다. 밸런스가 좋은 것 같다. 작년부터도 괜찮았다. 사실 게임하기는 부담스럽다. 올 시즌 세 번 이겼지만 그렇다고 원사이드는 아니었다. 상대 분위기는 분명 상승세고, 반대로 우리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청주 KB 스타즈에 졌다. 그래도 열심히 하자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후반기는 전반기 같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위성우 감독의 경계와 달리 우리은행이 1쿼터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1쿼터 초반엔 불꽃이 튀었다. 양인영의 골밑득점에 우리은행은 나윤정의 3점슛으로 응수했다. 박지현과 나윤정의 연속 득점에 하나원큐도 양인영의 득점과 김시온의 앤드원 플레이를 더해 균형을 맞췄다. 박지현의 턴오버를 틈타 신지현이 역전 레이업도 성공시켰다.
그런데 6분 35초를 남기고 나온 신지현의 득점을 끝으로 하나원큐는 좀처럼 득점을 쌓지 못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최이샘이 재차 동점을 만든 데 이어 나윤정의 역전 3점포로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하나원큐는 김정은과 김시온 등의 슛이 잇따라 림에 맞고 나왔고, 대부분 우리은행의 수비 리바운드로 이어졌다. 우리은행은 김단비까지 득점에 가세하면서 빠르게 격차를 벌렸다. 1쿼터 막판엔 박지현과 김단비의 연속 득점이 더해졌다.
1쿼터는 우리은행의 20-9 리드. 나윤정이 3점슛 2개 포함 8점을 책임졌고 김단비와 박지현도 각각 5점과 4점으로 힘을 냈다. 하나원큐는 1쿼터에 던진 3점슛 6개가 모두 실패했고, 2점슛도 14개 중 단 4개만 성공했다. 1쿼터 야투율은 20%에 그쳤다. 6분 넘게 득점을 추가하지 못한 이유였다.
하나원큐는 2쿼터 김정은이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며 가까스로 침묵을 깼다. 그러나 이 득점 이후 좀처럼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신지현과 정예림이 던진 3점슛과 양인영과 김애나, 정예림의 2점슛 시도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우리은행의 슛 성공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2쿼터 시작 2분이 지난 뒤에야 노현지의 득점이 나왔고, 이후 좀처럼 득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나윤정과 박지현, 최이샘의 슛이 잇따라 무위로 돌아갔다.
각각 2점씩 추가하는 데 그치며 우리은행이 22-11로 앞선 리드는 2분 넘게 이어졌다. 흐름을 깬 건 김단비였다. 2쿼터 종료 5분 39초를 남기고 코너에서 던진 정확한 3점슛으로 격차를 벌렸다. 하나원큐도 김애나가 파울 자유투 2개 중 1개를 성공시키면서 오랜 4분 40초 만에 1점을 쌓았다.
침묵을 깬 우리은행은 박지현의 외곽포를 더해 28-12까지 격차를 벌렸다. 하나원큐는 2쿼터 종료 3분 58초를 남기고 김애나의 점퍼로 2쿼터 첫 필드골을 넣었다. 꼬였던 흐름을 깨트린 하나원큐는 양인영의 추가 득점에 신지현의 자유투 2개, 김애나의 속공 레이업을 더해 8점 차까지 추격에 나섰다.
우리은행 역시 좀처럼 흐름을 빠꾸지 못했다. 나윤정과 박지현, 김단비의 슛이 잇따라 무위로 돌아가면서 상대에 추격을 허용했다. 3분 간 이어진 침묵을 깬 건 고아라였다. 사이드에서 던진 3점슛으로 31-20으로 격차를 벌렸다. 하나원큐는 다시 추격에 나섰지만 김애나와 김정은의 3점슛, 양인영과 김애나의 2점슛 시도가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2쿼터 양 팀은 심각한 슛 성공률에 그쳤다. 우리은행은 3점슛 11개 중 3개, 2점슛은 10개 중 1개만 들어가 야투율 19%에 그쳤다. 하나원큐는 3점슛 6개가 모두 실패했고, 2점슛도 11개 중 3개 성공에 그쳐 야투율은 18%를 밑돌았다. 하나원큐는 1, 2쿼터에 던진 3점슛 12개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3쿼터 하나원큐가 양인영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신지현의 득점으로 추격의 불씨를 지피려 했다. 그러나 신지현의 이 득점을 끝으로 하나원큐는 또다시 늪에 빠졌다. 신지현과 김정은의 스틸로 공격 기회를 잡고도 엄서이와 양인영, 정예림이 던진 3점슛은 야속하게 림을 외면했다. 양인영의 득점이 나올 때까지 하나원큐는 3분 넘도록 22점에 머물러 있었다.
우리은행도 성공률이 떨어진 건 마찬가지였지만, 3쿼터 중반 이후 흐름을 되찾으면서 빠르게 격차를 벌렸다. 이명관이 앤드원 플레이에 3점슛까지 더해 빠르게 6점을 책임졌다. 고아라의 외곽포에 김단비가 자유투 2개, 박지현이 스틸에 이은 추가 득점을 더해 47-24, 23점 차까지 격차를 벌렸다.
양인영의 득점 이후 또다시 하나원큐의 침묵이 이어졌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슛이 림을 외면했다. 신지현의 3점슛이 림에 맞고 나온 공을 양인영이 공격 리바운드로 잡아낸 뒤 재차 연결한 슛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관중석에선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나원큐의 득점은 4분 20여 초가 지난 뒤에야 침묵이 깨졌다. 김애나가 던진 3점슛이 마침내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날 하나원큐가 던진 3점슛 19번째 시도 만에 이어진 성공이었다.
우리은행이 49-27로 크게 앞선 채 맞이한 마지막 4쿼터. 하나원큐는 정예림이 대각선에서 던진 외곽포가 깨끗하게 림을 통과하고, 양인영이 정확한 점퍼를 성공시키는 등 뒤늦게 흐름을 되찾은 듯 보였다. 그러나 우리은행도 김단비의 자유투와 나윤정의 골밑 득점 등을 더해 큰 격차를 유지했다.
하나원큐는 정예림이 4쿼터 2번째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뒤늦게 추격의 불씨를 지피려 애썼다. 이에 질세라 우리은행도 나윤정과 김단비의 외곽포를 더해 쉽게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김정은이 골밑 득점에 이은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켰지만 우리은행도 박지현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61-38로 격차를 벌렸다.
하나원큐는 마지막까지 추격에 나섰지만, 종료 3분여를 남기고 2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승리를 확신한 우리은행은 김단비, 박지현 등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빼고 어린 선수들을 출전시켜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국 경기는 우리은행의 63-46, 17점 차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