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한일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각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모두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예측은 적어도 조별리그에서는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 대회 16강에 오른 팀 중 9개 팀이 중동 팀(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란, 시리아, 카타르, 팔레스타인)이다. 조별리그는 중동의 절대 강세로 요약된다. 16강 이후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이 분위기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월드컵에서도 진짜 강팀들은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팀 아르헨티나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졌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과연 달라질 것인지도 그래서 더 관심을 끈다.
대회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왔던 일본은 31일 오후(한국시간) 열리는 16강에서 E조 1위 바레인을 만난다.
일본 미디어는 일본 대표팀 내 이적료 1위(6000만 유로) 쿠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의 컨디션이 살아나길 기대하고 있다. 쿠보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리그 18경기 6골 3어시스트로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어 대표팀에서 에이스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주특기인 드리블도 돋보이지 않았고, 슈팅은 2개에 불과했다.
쿠보는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중동 잔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동아시아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과 시차, 카타르 월드컵 때와 또 다르게 완전히 중동팀의 홈경기처럼 진행되는 열띤 분위기, 우승 후보로 꼽힌 한국과 일본을 향한 집중 견제 등이 조별리그에서 한일 양팀의 동반 부진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 매체 산스포는 쿠보가 28일 진행된 팀 훈련에서 쿠보가 동료의 생일을 맞아 동료 얼굴에 케이크 크림을 묻히는 장난을 치고, 또 훈련장을 찾은 어린 팬에게 세리머니 포즈를 취해주는 등 매우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쿠보는 훈련 후 인터뷰에서 일본의 16강전 상대가 결정되는 한국-말레이시아전을 일본 선수들이 함께 지켜보던 상황도 이야기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동점을 이뤘다가 다시 앞서갔고,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줘 3-3 무승부를 기록하기까지 변화무쌍한 스코어 변화를 보인 끝에 결국 일본은 바레인과 맞붙게 됐다. 쿠보는 “솔직히 바레인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며 자신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고 했다.
쿠보는 “절친한 사이인 한국의 이강인과 연락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결승에서 만나길 바랐다”고 전했다. 쿠보와 이강인은 스페인 프로축구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해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는 향후 경기에 대해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고, 훈련도 좋았다. 토너먼트에서는 반드시 골을 넣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또 “결승까지 4경기를 하고 돌아가겠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