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사우디와의 16강전 앞두고 공식 기자회견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한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9 superdoo82@yna.co.kr/2024-01-29 18:42:35/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일본을 피해서 웃은 거죠?”
이제는 다소 지겨운 질문이 또 나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운 ‘미소’에 관한 물음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3-2로 앞선 경기 종료 직전, 실점한 후 웃음을 지었다. 중계 카메라에 잡힌 그의 미소는 당연히 논란이 됐다.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는 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인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 끝 진땀승을 앞두고 무승부를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경기 결과로 E조 2위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그토록 열망했던 1위를 놓쳤지만, 일각에서는 D조 2위를 차지한 일본을 16강전에서 만나지 않아 좋은 일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일본 역시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탓이다.
25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치며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연스레 음모론이 불거졌다. 일본, 중국을 비롯한 다수 외신이 클린스만 감독의 마지막 미소를 조명하며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냈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의 뜬금없는 웃음은 두둔하기 어렵지만, 당시 한국이 최정예를 내세우고도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와 무승부는 응당 나올만한 결과였다.
그런데 지난 29일 한국과 16강전 맞대결을 앞두고 사우디의 한 기자는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가 기분 나쁘다는 듯 “일본을 피하는 데 성공했는데, 사우디와 만나게 됐다. 말레이시아가 3번째 득점을 했을 때, 웃음을 지었다. 사우디는 상당한 강팀인데, 그런 모습을 보인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일본을 피하고자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보지 않았다는 전제가 깔린 질의였다.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클린스만 감독의 미소지만, 한 팀의 수장이 승부조작을 한 것처럼 몰아간 무례한 질문이었다. 마치 ‘일본을 피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듯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심리를 보인 공격성 물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스마일맨’ 클린스만 감독은 끝없는 음모론에도 “(일본을)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다. 조 1위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85%의 점유율, 코너킥 30개를 얻었는데, 축구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할 때 불안감이 오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져서 웃음이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오해를 직접 만든 클린스만 감독이지만, 언짢을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도리어 “사우디전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도 선수 때 상대를 많이 해봤고 잘 아는 친구다. 상대를 존중하며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며 사우디를 치켜세웠다.
사우디와의 16강전 포부 밝히는 김영권 (도하=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한국 대표팀 김영권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9 superdoo82@yna.co.kr/2024-01-29 18:40:13/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당사자 입장에서는 근거 없는 음모론이 신경 쓰일 수 있다. 실제 팀 결속력이 중요한 단기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말레이시아전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 김영권은 외신 기자들의 거듭된 지적이 불쾌하지 않냐는 물음에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는 누굴 만나고 싶고, 피하고 싶고 그런 생각을 전혀 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아까 감독님 말씀처럼 조 1위로 진출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 중 하나였다. 경기 결과가 그렇게 돼서 어떻게 보면 아쉽게 조 2위로 올라온 것 같다”고 신사답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