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의 31일 2023 AFC 아시안컵 16강전 승부차기 상황.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번째 실축이 나오자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사진=중계화면 캡처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사우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벤치에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패배의 순간을 직접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을까. 연봉만 무려 2500만 유로(약 361원)에 달하는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한민국과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 승부차기 도중 경기장을 빠져나가 논란이 일고 있다. “승부차기가 끝난 줄 알았다”고 사과했지만 납득하기는 어려운 해명이다.
상황은 이랬다.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회 16강전. 정규시간을 1-1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를 통해 8강 진출팀을 가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는 2-2로 팽팽히 맞서던 세 번째 키커부터 균형이 깨졌다. 조현우(울산 HD)가 사미 알나지의 킥을 선방해 낸 데 이어, 조규성(미트윌란)의 성공으로 3-2로 앞선 상황에선 압둘라함 가리브의 킥을 또 막아냈다. 한국의 네 번째 키커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성공시키면 그대로 승부차기가 끝나는 상황.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사령탑 만치니 감독은 황희찬이 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대로 몸을 돌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가 아직 채 끝나기도 전에 사령탑이 먼저 라커룸으로 향한 것이다. 현지 중계 화면 역시도 라커룸으로 향하는 만치니의 뒷모습을 꽤 오랫동안 잡을 만큼 논란의 장면이기도 했다.
반전은 없었다. 황희찬이 네 번째 킥을 성공시키면서 승부차기 스코어 4-2, 한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두 팀의 희비도 엇갈렸다.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8강 진출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등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치니 감독이 이미 경기장을 빠져나갔으니, 경기 후 양 팀 사령탑들 간 인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만치니 감독이 아닌 상대 코치진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세계적인 명장인 그의 이같은 행동은 외신들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AP 통신은 “만치니 감독은 팀이 1-0으로 앞선 리드를 지키지 못한 데다, 승부차기에서도 2명이 실축하자 황희찬의 킥을 앞두고 몸을 돌려 라커룸으로 향한 뒤 기자회견에서 사과했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만치니 감독은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터널을 통해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황희찬이 한국을 8강으로 이끄는 순간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드린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누구에게도 무례하고 굴고 싶지 않았다”며 이미 승부차기가 결정된 줄 알고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베테랑 감독인 그가 승부차기로 승패가 결정되는 순간 경기장 분위기를 모를 리 없을 뿐만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과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납득하기 힘든 해명이기도 했다.
이날 한국은 후반 1분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좀처럼 동점골을 넣지 못해 벼랑 끝에 몰렸다가, 10분의 추가시간 막바지에 터진 조규성의 극적인 골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은 결국 승부차기에 접어들었는데, 조현우의 선방 2개와 손흥민(토트넘)·김영권(울산)·조규성·황희찬의 깔끔한 성공으로 4-2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이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한 건 8회 연속이다. 다음 무대는 내달 3일 오전 0시 30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호주전이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한국의 네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8강 진출을 결정짓는 슛을 성공시킨 뒤 조현우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