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은 한국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탈락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질책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완패했다.
‘우승’을 목표로 이번 대회에 나선 한국은 4강에서 짐을 싸게 됐다. 무엇보다 한 수 아래 팀으로 여겨진 요르단에 패배하면서 여정을 마무리한 것에 세간의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선 손흥민은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스포츠인데, 부족해서 진 건 사실이다. 요르단이 오늘 정말 많은 준비를 했고 좋은 경기를 했다고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너무 부족했고 팀을 이끌면서 부족함을 느낀 토너먼트였다. 많은 선수의 희생이 있었는데도 원하는 성적을 가져오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국민분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유독 발이 묶인 모습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 호주와 8강전 모두 120분 혈투를 치른 탓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체력’을 참사의 원인으로 삼지 않았다.
그는 “사실 상황을 회피할 좋은 답변이다. 그렇게 이기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기에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너무 큰 대회 준결승이다 보니 조금의 긴장감, 경험 부족이 경기장에서 나온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경기였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팀이 준결승 패배로 선수들이 크게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나를 질책하시고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1년 동행의 결과는 아시안컵 4강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준결승전 탈락을 확정한 후 사임과 관련된 답변을 회피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 대회를 분석하는 것이다. 협회에 들어가서 잘 됐던 점들과 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2년 반 뒤에 북중미 월드컵에 나서는 데 어려운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에 관한 질문에 “감독님께서 나를 더 이상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미래는 모른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많은 분이 비판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을 우승하려고 모셔 왔는데, 4강에서 좌절하고 패배한 것에 질책을 받는 게 안타깝다. 토너먼트 전부터 감독님에 대한 시선이 안 좋았기에 부담감을 많이 받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상황을 잘 이겨내셨고, 선수들 케어하시면서 티도 하나 안 내시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 감독님도 이런 계기를 통해 더 단단해지실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1년 정도 하셨는데, 분명 한국에 돌아가셔서 더 많은 분석을 하실 거고 이번 대회 잘 치른 경기, 못 치른 경기를 분석해서 단단한 팀을 만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믿음을 보냈다.
손흥민은 자기 감정보다 동료들을 걱정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국민분들 축구 팬분들을 좋게 해드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최선을 다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결과와 실수를 두고 너무 예민하게 해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정말 잘못이 없다. 질책을 받으면 내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팀을 책임을 지고 더 이끌어나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부족한 모습이 보였기에 우리가 여기서 무너졌다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끝으로 손흥민은 “준결승에서 결승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경기를 보셨을 텐데, 기대감을 못 채워 드려 너무 죄송스럽다. 한국 국민으로서 너무 자랑스럽고, 이런 성원을 받아서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앞으로 팬분들이 나를 더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