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빙속 여제’ 스피드스케이팅 김민선(25·의정부시청) 레이스의 핵심은 ‘계획대로’다.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발판 삼아, 계획을 재정비한 그는 목표로 한 세계선수권대회 입상까지 이루는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쳤다.
김민선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캐나다 캘거리의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19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의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첫 입상이자, 2017년 강릉 대회 500m에서 이상화(은퇴)가 거둔 금메달 이후 한국의 첫 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이었다. 그의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 레이스였다.
김민선은 이상화를 잇는 빙속 단거리 간판선수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22~23시즌 월드컵 시리즈 1차 대회부터 5차 대회까지 500m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성장세를 입증했다.
하지만 체력 분배 문제에 발목이 잡힌 그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노메달에 그쳤다. 새 시즌을 앞둔 김민선은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2~3월에 최고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효과는 탁월했다. 김민선은 지난달 미국 유타주에서 열린 2023~24 ISU 4대륙선수권대회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올 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 1~6차 대회 10차례 레이스에서 금메달 3개·은메달 3개·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종합 랭킹 2위에 올랐다. 1~2차 대회에선 동메달 1개였으나, 이후 7개 메달을 추가로 따낼 만큼 경기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5차 대회에선 주종목이 아닌 1000m를 1분13초42로 완주, 이상화의 한국 최고 기록(1분13초66)을 10년 4개월 만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민선 레이스가 정점을 찍었다.
이상화는 선수 시절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차지하며 ‘빙속 여제’라는 수식어를 받았다. 이제는 김민선이 그의 뒤를 잇는다. 김민선은 18일 여자 1000m에서 8위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 후 김민선은 “세계선수권에서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룬 것 같아 기쁘다”라고 돌아봤다. 오는 20일 약 5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는 짧은 휴식 뒤 3월 독일 인젤에서 열리는 스프린트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한다. 김민선은 “오는 3월 독일 대회와 내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동계올림픽도 지금처럼 차근차근 준비하면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