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성(45) 원주 DB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까지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팀 레전드 출신인 김 감독은 홈에서 감독 데뷔 시즌 정규리그 우승 확정하는 꿈에 도전한다.
DB는 14일 오후 7시 원주체육관에서 열리는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와 격돌한다.
이날 DB가 KT를 이기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다. DB는 13일 기준 37승 10패로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공동 2위 KT, 창원 LG(이상 30승 17패)와 승차는 7이다. DB가 14일 경기에서 승리하면 남은 6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 확정 축포를 쏜다. DB는 2017~18시즌 이후 6년 만의 정규리그 1위에 도전한다.
DB의 정규리그 정상 질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더 극적이다.
DB는 지난 시즌 7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했다. 올시즌 개막 직전 판도 예상에서도 DB는 강팀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스타 선수를 대거 영입한 부산 KCC와 지난 시즌 준우승팀 서울 SK가 2강 후보로 꼽혔다.
2019~20시즌 정규리그 1위에 올랐던 DB는 이후 9위-8위-7위로 하위권을 전전했다.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DB의 반등이 이처럼 탄탄하게 이뤄질 것이라 예측하기 어려웠다.
김주성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이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시즌 도중 코치에서 감독대행을 달고 시즌을 마무리했고, 올시즌 정식 감독이 된 초보 지도자다. 그는 개막 당시 "봄 농구가 목표"라는 소박한 출사표를 냈다.
2023~24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DB의 반전 드라마였다. DB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개막 후 한 차례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5라운드 동안 매번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다.
올시즌 팀에 새로 합류한 디드릭 로슨이 다재다능한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확 바꿨다. 로슨은 경기당 평균 22.2점, 10.1리바운드, 4.7어시스트를 올리며 팀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았다. 공격에만 욕심을 내는 게 아니라 동료를 살리는 센스 있는 농구를 한다.
로슨이 가세하면서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 포워드 강상재가 살아났다. 아시아쿼터 필리핀 선수 중 최고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이선 알바노의 활약은 팀 밸런스에 화룡점정이 됐다. 2년 차 박인웅은 리그 최고의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며 DB의 공격을 다채롭게 했다.
시즌을 앞두고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주성 감독은 뜻깊은 기록에 도전한다. 프로농구(KBL) 역대 6번째 ‘데뷔 시즌 정규리그 우승 사령탑’이다.
KBL 역사상 정식 감독 부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건 2001~02시즌 김진(대구 동양), 2012~13시즌 문경은(서울 SK), 2015~16시즌 추승균(전주 KCC), 2016~17시즌 김승기(안양 KGC), 2021~22시즌 전희철(SK) 감독까지 다섯 명이다.
이 중 선수 생활 내내 한팀에서만 뛰고 해당 팀 감독을 맡아 첫 시즌에 우승한 건 추승균 감독이 유일하다. 김주성 감독이 이번에 우승하면 '원클럽맨'에서 해당 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두 번째 감독이 된다.
김주성 감독은 지난 2002~03시즌 원주 TG삼보(DB의 전신) 유니폼을 입고 데뷔, 루키 시즌에 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2017~18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한팀에서만 뛰었다. 김주성 감독은 선수로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후 21년이 지난 지금, 이번에는 같은 팀에서 사령탑 데뷔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