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류현진(한화 이글스)은 다시 한번 제구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류현진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 전에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의 만원 관중 앞에서 공을 던져 기분이 좋았다. 한화 팬들도 많이 와주셔서 짜릿했다"고 전날 경기를 돌아봤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LG와의 개막전에서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이후 4188일 만에 KBO리그 투수판을 밟았다.
기대했던 '복귀승'을 따내진 못했다. 류현진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에 그쳤고, 팀은 2-8로 졌다. 류현진은 "시범경기와는 느낌이 달랐다. 첫 경기여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고, 당연히 긴장도 했다"고 말했다. 과거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LG 킬러'였지만, '개막전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류현진은 총 6차례 개막전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이 5.70(30이닝 19자책)으로 높다. 그는 "(개막전 부진의) 이유를 모르겠다.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고 웃었다.
류현진은 복귀전에서 직구 최고 시속이 150㎞까지 나왔다. 2회 1사 후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2사 후 3연속 안타로 선제 2실점했다. 2-2로 맞선 4회 말에는 1사 후 문성주의 볼넷에 이은 2루수 문현빈의 실책으로 1, 3루 위기에 놓였다. 이후 3연속 안타를 맞아 2-5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류현진은 "초반에 직구는 좋았는데 마지막 이닝에 다소 가운데로 몰렸다. 또 변화구 제구력이 아쉬웠다"면서 "예방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 잘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제구였다. 2회와 4회 볼넷이 화근이었다. KBO리그 9이닝당 평균 볼넷이 2.72개였던 류현진은 23일 경기(9이닝 기준 7.36개)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KBO리그 선발 등판한 181경기 중 탈삼진을 단 하나도 잡지 못한 건 2007년 9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6024일 만이며, 데뷔 두 번째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4일 "류현진도 오랜만의 등판에서 자신의 위용을 선보이고 싶었을 텐데 아쉽더라"면서 "평소 다양한 구종과 코스로 승부하는 유형인데 어제는 빠른 공, 특히 좌타자 몸쪽 승부를 많이 펼쳤다. 상대 타자 성향을 분석해서 반대로 풀어간 게 오히려 악수였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은 피안타 6개 중 5개가 직구를 맞은 것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투구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류현진의 평소 커맨드는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이 류현진의 많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은 "결국 제구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150㎞를 던져도 한국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있어 소용 없을 거 같다. (지난해 팀 타율 1위 LG의) 선수들이 계속 타석에 바짝 붙어 콘택트에 신경쓰는 느낌이었다. 제구와 코너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