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진출 7경기 만에 출루에 실패했다. '수비 요정'으로 거듭난 맥스 먼시를 뚫지 못해 안타 한 개를 잃었다.
이정후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MLB LA 다저스와의 원정 경기에 1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타율은 종전 0.292에서 0.250으로 낮아졌다.
이정후는 이날 '파이어볼러' 타일러 글래스노우를 3번 상대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로 이적한 그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선발 등판해 위력적인 투구로 5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국내 야구팬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투수다.
앞선 6경기에서 초구를 지켜보며 MLB 투수들의 공을 익히려고 했던 이정후는 이 경기 1회 초 첫 타석에선 글래스노우가 던진 높은 코스 95.8마일(154.2㎞/h)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배트를 돌렸지만, 타구가 외야로 뻗지 못하고 유격수 미구엘 로하스에 잡히며 아웃됐다.
1-1로 맞선 3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볼카운트 2볼-2스크라이크에서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 직구를 당겨쳤지만, 투수 방향으로 가는 내야 타구를 만드는 데 그쳤다. 투수가 1루수에게 토스해 아웃당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4로 지고 있던 6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선두 타자로 나서 2루 땅볼로 물러났다. 타구 코스가 1-2루 사이였고, 157.2㎞/h 하드히트를 생산했지만 무키 베츠의 수비 범위였다.
글래스노우에 완패한 이정후는 8회 초 4번째 타석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섰고, 바뀐 투수 다니엘 허드슨을 상대했다. 상대적으로 구속이 느린 허드슨의 3루째 높은 직구를 밀어쳐 좌측으로 타구를 보냈다. 맞는 순간 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오른쪽으로 살짝 수비 시프트를 시도한 다저스 3루수 먼시의 글러브에 걸리고 말았다. 타구 속도가 97.2마일(156.5㎞/h)이었지만, 야수 반사력 앞에 범타가 됐다.
먼시는 지난달 21일 열린 서울시리즈 2차전에서 안일한 포구로 실점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이날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상위 타선에 고전하며 3점을 내준 상황, 주자를 2루에 이어진 위기에서 루이스 캄푸사노로부터 왼쪽 선상 타구를 유도했지만, 공이 그라운드와 먼시의 글러브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주자 매니 마차도는 홈을 밟았고, 야마모토는 이후 타일러 웨이드에게 추가 안타를 내주며 5번째 실점을 한 뒤 1이닝 만에 강판됐다.
하지만 먼시는 본토 개막전 이후 한 번도 실책을 범하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량을 시도, 핫코너(3루) 수비력 향상을 노렸던 그는 이날(4일) 샌프란시스코전 이정후의 강습 타구를 처리하기 전에도 자신에게 향한 타구 3개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이정후도 수비 력이 나날이 좋아지는 먼시 앞에 안타 한 개를 잃었다. 이날도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152㎞ 이상 강한 타구) 2개를 생산한 점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