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이재현은 한창 재활 훈련 중이었다. 실전 복귀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지만 조금씩,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 올리며 예상 복귀 시점을 앞당겼다. 그런 그에게 올 시즌 각오와 팬들에게 한 마디를 묻자, "건강한 한 시즌"에 이어 잠시 고민하더니 "가을 라팍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건강하게 돌아와 삼성의 가을야구를 견인하겠다는 각오였다.
건강한 한 시즌, 이재현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재현은 지난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1군에 콜업됐다. 지난 시즌 직후 습관성 어깨 탈골 수술을 받은 그는 긴 재활 훈련 끝에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 홈팬들 앞에서 인사를 건넸다. 당초 5, 6월이나 돼서야 복귀할 거란 예상을 깨고 무시무시한 회복력을 앞세워 빠르게 복귀했다.
단순히 1군 엔트리에 이름만 올린 게 아니었다.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완벽하게 돌아왔다. 지명타자로 나선 13일 첫 경기부터 5타수 4안타 1타점을 올리더니, 14일 NC전에서도 3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군 등록 직전 퓨처스(2군) 리그에서 5경기 타율 0.563(16타수 9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던 이재현은 타격감을 그대로 1군까지 갖고 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기나긴 재활 훈련 터널 동안 많은 것을 듣고 많은 것을 배웠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술 훈련을 하면서 코치님께 많이 배웠다"는 이재현은 "예전엔 무작정 세게 치려고만 했다면 지금은 정확하게 공을 맞추려는 연습을 하고 있다"라면서 현재 타격감의 원동력에 대해 설명했다. 빨리 팀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욕에 반해 타석에서만큼은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퓨처스 맹폭에 이어 1군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내야진 운용에도 조금 숨통이 트였다. 최근 삼성은 3루에 고민이 많았다. 개막 초반 전병우를 주전 3루수로 낙점해 재미를 봤지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곧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맥키넌을 3루수로 투입했지만 그의 공격력 강화를 위해선 1루수 투입이 더 적절해 보였다. 공민규에 이어 신인 김호진이 기회를 받았지만 타격에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재현이 오면서 고민이 사라졌다. 시즌 타율 0.324에 3홈런 11타점의 공격력을 장착한 김영웅이 3루로 오면서 삼성의 공격력 고민이 지워졌다.
'가을 라팍에서 뵙겠습니다'는 이재현의 각오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삼성은 연승과 연패를 거듭한 끝에 여전히 하위권(8위)에 머물러 있고, 홈 첫 승도 8번의 도전 끝에 14일 처음으로 달성했다. 다행히 아직 시즌 초반이라 가을야구권(5위)과 격차는 크게 나지 않는다. 이재현의 가세로 부풀어 오른 가을의 꿈이 이재현의 각오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