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 경기 전 키움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 김휘집(21)이 코치와 함께 숏바운드 포구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훈련으로 볼 수 있지만, 김휘집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는 전날(9일) SSG 3연전 1차전에서 수비 실책을 범하며 실점 빌미를 내줬다. 2사 1·2루에서 신인 투수 전준표가 최지훈을 상대로 땅볼을 유도했지만, 김휘집이 몸 정면에서 포구하기 위해 스탭을 더 밟았고, 그만큼 늦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조바심을 내며 송구하다가 2루수 김혜성이 손을 뻗어도 닿지 못할 위치로 공이 향했다. 이 상황에서 2루 주자였던 이지영은 홈을 밟았다. 키움은 전준표와 김동규가 연속 적시타를 내주며 이닝 3점을 허용, 결국 5-8로 졌다.
김휘집은 10일 SSG전에서는 지명타자, 11일은 3루수로 나섰다.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3연전 2차전이 열린 13일에도 3루수로 나섰다. 그사이 유격수는 10일 SSG전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치는 등 멀티히트로 타격 자신감을 끌어올린 '신인' 이재상이 맡았다.
김휘집은 14일 열린 롯데 3연전 3차전에는 다시 유격수로 나섰다. 이 경기에서도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6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롯데 손호영의 느린 타구를 백핸드로 포구했지만, 펌블을 하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백핸드 타구 처리에 다소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이 상황에서도 마운드 위에는 전준표가 있었다. 그는 이학주에게 볼넷, 이어진 상황에서는 3루수 송성문이 김민성의 타구를 잡은 뒤 처리가 늦어 추가 출루를 허용했다. 키움은 7-2, 5점 리드하고 있었지만, 이 상황에서 적시타를 맞으면 단번에 분위기를 내줄 수 있었다.
김휘집은 스스로 실책을 만회했다. 키움 바뀐 투수 김재웅이 타자 유강남에게 볼만 3개를 던지며 밀어내기 실점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바깥쪽(우타자 기준)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구사해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하지만 타구 속도가 빨랐고, 정상 위치보다 조금 왼쪽에 있었던 김휘집이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코스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김휘집은 이 상황에서는 미끄러지 듯 자세를 낮춰 공을 잡아낸 뒤 정확히 2루로 토스해 1루 주자를 잡았다. 2루수 김혜성도 가볍게 송구, 타자 주자를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경기 뒤 홍원기 키움 감독은 "6회 만루에서 김재웅이 잘 막아줬다"라고 승리 요인을 꼽았다. 김휘집의 포구 덕분이었다.
롯데는 유강남이 밀어내기 볼넷까지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병살타로 물러나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 5-7로 패해, 유강남을 향한 비난도 컸다. 하지만 김휘집이 잘 막아낸 타구이기도 했다.
김휘집의 역할은 이제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수비력만큼은 내야진 톱으로 인정받던 이재상이 14일 경기 전 수비 훈련 중 손가락에 공을 맞고 부상을 당해 수술대까지 오르게 됐다. 구단은 "회복 기간만 4주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키움 내야진은 다시 김휘집 유격수, 김혜성 2루수, 송성문 3루수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김휘집은 수비 이닝 수(79) 대비 실책 수(3개)가 적은 편이 아니다. 센터라인 핵심 포지션을 맡게 되는 만큼 더 견고한 수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재상의 공백을 지워야 한다. 그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