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에이스 카이 하베르츠가 ‘최대 라이벌’ 토트넘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토트넘의 맨체스터 시티전 승패가 곧 아스널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가능성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EPL 우승을 위해서라면 최대 라이벌의 한 경기 승리쯤은 기꺼이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베르츠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4 EPL 37라운드 원정 경기 1-0 승리 직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하루만 토트넘의 열렬한 팬이 될 것이다. 토트넘이 맨시티전에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북런던 라이벌 관계다.
평소 같으면 아스널 팬들의 ‘분노’가 들끓을 수밖에 없는 발언. 그러나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오는 15일 오전 4시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EPL 34라운드 순연경기에서 토트넘이 맨시티를 꺾어줘야 아스널의 우승 확률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선 북런던 라이벌 대신 ‘우승 라이벌’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 아스널은 승점 86(27승 5무 5패)으로 선두에 올라 있고, 아스널보다 1경기 덜 치른 맨시티는 승점 85(26승 7무 3패)로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2위 맨시티가 토트넘과 경기를 치르면 아스널과 맨시티는 이제 마지막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된다. EPL 최종전은 오는 19일 자정에 열린다.
최종전을 리그 1위로 치르느냐, 2위로 치르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리그 1위에 오른 채 최종전을 치르면 다른 경기장 결과에 상관없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2위에 처진 채 최종전을 치르게 되면, 마지막 경기를 이기더라도 우승에 실패하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
아스널 입장에선 토트넘이 맨시티를 잡아줘야 리그 1위를 유지한 채 최종전을 치를 수 있다. 아스널의 최종전 상대는 15위 에버턴이고, 맨시티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홈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하베르츠가 15일만큼은 토트넘을 응원하며 ‘최대 라이벌’의 승리를 바라는 배경이다.
90min은 “아스널은 지난 맨유전 승리로 EPL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맨시티는 토트넘을 이겨야 EPL 선두 자리로 복귀할 수 있다”며 “하베르츠는 토트넘의 선전을 바라고 있다. 아스널의 EPL 우승을 위해 라이벌 토트넘의 ‘열혈 팬’을 선언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라이벌 아스널의 EPL 우승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반드시 맨시티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애스턴 빌라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경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토트넘은 승점 63, 애스턴 빌라는 승점 67로 4점 차로 벌어져 있다. 애스턴 빌라의 14일 리버풀전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만약 리버풀에 발목을 잡힌다면 토트넘은 맨시티를 잡아야만 실낱 희망을 최종전까지 이어갈 수 있다. 토트넘의 최종전 상대는 리그 최하위로 이미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된 셰필드 유나이티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