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키움 히어로즈보다도 1푼 이상 높았다.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차례로 혈전을 펼치며 자주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들었다. 정규시즌 초반 가라앉았던 주축 타자들의 감이 살아나기도 했다.
실제로 80타석 이상 나선 나승엽(0.322), 빅터 레이예스(0.398), 윤동희(0.313), 고승민(0.337), 황성빈(0.355), 박승욱(0.302), 손호영(0.329) 7명 모두 3할 타율 이상 기록했다. 활화산 같은 화력을 뿜어낸 롯데는 월간 승률도 10개 구단 1위(0.609·14승 1무 9패)에 올랐다.
한편으로는 동반 상승한 타격감이 불안 요소로 여겨진다. 현장에서는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보통 안 좋을 때, 앞으로 올라갈 기대감을 녹여 하는 말이지만, 반대 경우도 적지 않다. 급격하게 식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현장 지도자들은 20안타, 15득점 이상 기록하며 완승을 거둔 뒤 "조금 나눠서 쳤으면 좋겠다"며 불안감 섞인 바람을 전하기도 한다.
롯데는 선발 라인업엔 젊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 있다. 풀타임으로 2~3시즌 이상 소화한 선수가 드물다. 현장에서 자주 말하는 애버리지(평균 타율)가 나오지 않은 타자들이다.
이런 '야구 속성'을 고려하더라도, 롯데의 반등세·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정규시즌 초반과 발리, 두꺼워진 뎁스(선수층)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김태형 감독은 3~4월 내내 여러 선수를 기용하며 주전 라인업을 만들려고 했다. 개막 전 무난히 주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던 선수들이 부진과 부상으로 이탈했다. 군필 강속구 사이드암스로 투수 우강훈을 LG에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내야수 손호영을 영입한 배경도 그 연장선이다. 당시 김 감독은 "뭐라도 해봐야 한다", "OOO도 써봐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4월까지 롯데가 가동한 라인업 개수는 28개.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 과정에서 주전을 굳힌 선수가 황성빈(외야수)과 고승민(2루수) 그리고 나승엽(1루수)이다. 그리고 현재 백업 선수들도 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지난달 25~27일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부산 사직구장)에서 롯데의 두꺼워진 팀 뎁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롯데는 30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뜨거웠던 손호영이 24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채 시리즈를 맞이했다. 고승민은 26일 KIA전 주루 중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이미 이 시리즈 전에는 안방에서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기록했던 주전 포수 유강남(324와 3분의 2이닝)과 정보근(180과 3분의 1이닝)이 컨디션 관리 차원에서 1군 엔트리에 없는 상황이었다.
손호영의 자리는 베테랑 정훈(37)이 메웠다. 롯데가 1-14로 지고 있다가 7회 역전까지 해내는 드라마를 썼던 6월 25일 KIA 3연전 1차전에서 그는 6회 말 2점 차로 추격하는 3점 홈런을 쳤다. 이 경기 장타 2개 포함 4타점. 백업 내야수 최항(30)도 고승민이 이탈한 채 치른 27일 KIA 3차전에서 선발 2루수로 나섰고, 롯데가 3·4·5회 타석에서 3루타 포함 3안타를 치며 롯데의 11-2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전날(26일) KIA전에서도 경기 후반 투입돼 멀티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정보근, 서동욱과 함께 백업 1옵션 포수를 노리는 손성빈(22)도 롯데 6-4로 승리하며 5연승을 거둔 6월 28일 홈 한화 이글스전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3안타를 치며 활약했다. 그동안 강견, 빠른 팝타임(투구를 잡고 도루 저지를 위해 던진 공이 야수에게 도달하는 시간)으로 주목받았지만, 타격 능력을 검증하지 못했던 포수다.
롯데의 7월은 명확하게 구축된 주전, 언제든지 자리 탈환을 노릴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의 경쟁 시너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황성빈·고승민도 백업이었다. 롯데가 6월 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한 배경을 그저 달아오른 타격 성적만으로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