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웹툰 및 드라마 작가는 ‘2024 K포럼’에서 ‘K콘텐츠’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하며 “좋은 스토리는 전 세계를 공략하는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라 말했다.
1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공동주최한 ‘2024 K포럼’이 열렸다. 올해 포럼은 ‘K Makers : K를 만드는 사람들’을 주제로, K콘텐츠와 K브랜드 간 시너지를 위한 컬래버레이션의 키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중심을 두고 다양한 현장의 모습들이 소개됐다.
이 자리에는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을 비롯해 이데일리M 곽혜은 대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가수 겸 배우 이홍기 등이 참석했으며 강풀 작가,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은희 작가,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 이준, 이우형 CJ ENM CP, 이후성 삼양식품 브랜드기획부문장, 하혜령 YG엔터테인먼트 ESG리더, 장현지 KG할리스F&B CMO/브랜드전략, 크리에이터 카리모바 엘리나(리나대장)·인스펙팅룸·씬님, 한혜연 스타일리스트, 요니P 패션디자이너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이날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강풀 작가는 글로벌 OTT에서 큰 사랑을 받은 디즈니플러스 ‘무빙’을 언급하며 “‘무빙’은 표면적으로는 초능력 액션물을 표방하는 장르물이지만, 사실은 가족애와 사랑을 다룬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말했다.
웹툰 원작자였지만 드라마 각본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강 작가는 “‘무빙’ 속 현재를 다루기 위해서는 과거가 중요했다. 그래서 초능력물인데 앞부분엔 초능력이 하나도 안 나온다. 거의 하이틴 멜로”라며 “이야기 구조상 미스터리가 있으려면 앞부분에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고 중간에 풀리면서 현재로 돌아오는 게, 천천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제작사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 강 작가는 “기존 드라마 문법과 달랐다. 서사 때문에 주연 배우들은 앞부분에 나오지도 않는다”며 “저도 흔들렸다. 너무 큰 모험인가 싶었다. 거기다 ‘무빙’ 제작비가 500억원이라고 했다. 부담됐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컸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작가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강 작가는 지난 2003년 연재된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줄곧 스토리 중심의 서사 만화를 그려왔다. 강 작가는 이를 통해 ‘강풀 유니버스’를 구축했고, 정확한 방향성이 곧 스토리의 힘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우쳤다.
강 작가는 “웹툰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창작 콘텐츠에 있어서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스토리다. 스토리가 탄탄할 때 독자, 관객,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스토리가 결국 창작물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고, 이는 K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사람이 보이는 이야기”라는 소신을 밝힌 강 작가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다. 줄거리와 스토리는 다르다. 스토리는 서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끝까지 서사를 붙잡는 게 작가다. 서사란 인물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과정은 건너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작가는 “지금까지 웹툰이 위기라는 이야기를 안 들어 본 적이 없다. 매일 위기라고 한다. 만화, 드라마, 영화도 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창작자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지 알고 앞으로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