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해민(34)은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 두산 베어스전에서 도루 3개를 기록했다. 이날 KBO리그 역대 5번째 개인 통산 400도루를 달성한 그의 유니폼 상의는 흙투성이였다. 하의 오른 무릎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야구가 이런 거다"라고 했다.
박해민이 말한 건 바로 '뛰는 야구'다. 빠른 발과 주루 센스, 그리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가 최대 강점이다. 박해민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이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엔 도루 32개로 이 부문 4위에 올라있다. 박해민이 한 시즌 30도루를 넘긴 건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전준호-이종범-정수근-이대형에 이어 역대 5번째로 400도루 고지를 밟은 박해민은 이제 500도루를 향해 달린다. 그는 "기록 달성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2026년쯤 달성하면 가장 좋을 것"이라고 했다. KBO리그 역대 최다 도루는 전준호의 549개다.
관건은 타격이다. 박해민은 "점점 나이가 들고 있다. 결국 타석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또 자주 출루해야 도루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다치지 않고 타격 숙제를 해결해야 (500도루) 달성 기간이 단축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해민은 통산 6시즌 동안 정규시즌 전 경기에 출장했다. 올 시즌 역시 LG가 치른 95경기에 모두 나섰을 정도로 튼튼한 몸과 체력을 갖고 있다. 올해 4월까지는 20도루를 올릴 만큼 페이스가 빨랐다. 그러나 5월 5도루, 6월 1도루에 그쳤는데 이는 타격 슬럼프와 무관치 않다. 염경엽 LG 감독은 "김현수와 박해민이 타격폼을 바꾸고 고전하고 있다. 그렇게 폼을 바꾸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터닝 포인트는 염경엽 감독과의 면담이었다. 박해민은 지난 12~14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원정에서 1시간 동안 타격에 대해 대화했다. 염 감독은 좌타자 박해민의 타구 방향이 1루 쪽으로 향하는 것을 지적했고, 박해민은 히팅포인트를 조금 더 뒤에 두고 치는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자 잡아당기는 타구가 줄어들고, 밀어치는 타구가 늘어남에 따라 타격감도 회복하고 있다. 최근 열흘 동안 박해민의 타율은 0.389에 이른다.
박해민은 "주춤하던 시기가 있었다. 감독님과 면담 후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계속 밀어붙이겠다"며 "덕분에 (타격감이 올라와) 다시 뛸 수 있는 시간이 왔다. 다시 내 야구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