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2·삼성생명)이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코트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시간)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직후 현장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자신이 부상을 당한 뒤 대표팀이 보여준 관리 역량과 태도에 실망감을 전하며 대표팀에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은퇴 선언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
안세영은 바로 이어진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서 은퇴 여부를 묻는 말에 "나는 배드민턴 발전과 내 기록을 위해 계속 해나가고 싶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이하 협회)에서 어떻게 해주실지 모르겠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대표팀에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생각한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발탁하면 안 된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안세영은 자신의 작심 발언이 일으킨 반향을 의식한 듯 6일 새벽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퇴라는 표현으로 (발언의 본질을) 곡해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안세영은 대표팀을 떠나더라도 국제대회 출전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냈다.
이는 향후 안세영과 협회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안세영이 대표팀 소속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는 건 현재 협회 규정에 어긋난다.
협회의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10조(국제대회 참가선수선발) 나(비 국가대표) 3번에는 '소속팀에서 소속팀 선수의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국제대회 참가 승인을 요청할 경우 국가대표 은퇴 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참가할 수 있다. 공로 기준은 활동 기간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연령은 여자 만 27세, 남자 28세 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2017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안세영은 올해로 7년째 대표팀 생활을 하고 있다. 대표팀 활동 기간은 채웠다. 하지만 22세의 안세영은 나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법정 다툼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협회 규정에 '국가대표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로 및 연령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대회 참가를 허용할 수 있다'라는 추가 문장이 있는데, 이걸 협회가 안세영에게 적용할지 의문이다.
대표팀 생활을 오래 했던 한 배드민턴인은 "일단 협회 규정에서도 나이 제한에 걸릴 것이고, 대한체육회 소속으로 선발전을 치러야 종합대회를 나갈 수 있는 걸 안세영 선수도 잘 알 것 같은데,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하다"라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안세영의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수뇌부는 7일 귀국한 뒤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