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추신수는 볼카운트가 불리할 때 타석에서 대처를 달리한다. 노브(배트 끝에 달린 둥근 손잡이) 위를 걸쳐서 잡는 기존 그립이 아닌 반 뼘 정도 배트를 짧게 잡는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원심력이 줄어 장타 생산에 불리할 수 있다. 대신 배트를 짧게 잡으면서 스탠스(서 있는 자세)까지 넓게 하고 타격 포인트를 최대한 뒤에 놓는다.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추신수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처음 시작한 시애틀 매리너스의 문화였다. 2스트라이크가 되면 굳이 안타를 치지 않더라도 투수를 어렵게 하라는 취지에서 했다. 이를 메이저리그(MLB)에 가서 잘 활용했다"며 "2스트라이크가 되면 안타 치고 나갈 확률이 떨어지지 않나. 투수의 공을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는 어프로치(접근법)를 만들려고 한 건데 이걸 (선수 생활) 막바지에 하고 있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부산고 졸업 후 미국에 진출한 추신수는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을 시작,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신시내티 레즈·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쳤다.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는 MLB에서 롱런한 비결(통산 출루율 0.377) 중 하나. MLB에서 16년 동안 활약한 그는 2021년 2월 KBO리그로 와서 4년째 뛰고 있다.
추신수는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지난겨울 선언한 바 있다. 선수로서 마지막 해, 더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짧게 쥔 배트는 그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추신수는 "KBO리그 선수들, 좁게 보면 우리 팀 선수들에게 주는 마지막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며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은 절실함과 절박함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석마다 그렇게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뭔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 하기보다는 (직접) 보여줌으로써 메시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숭용 SSG 감독은 "(추신수는) 2스트라이크가 되면 타격 폼에 변화를 준다. 어떻게든 콘택트해 (투수에게) 공 하나라도 더 던지게 하려고 한다"며 "그런 야구가 우리에게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추신수의 메시지는 하나 더 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는 "만약 10연패를 하더라도 다음 날 분위기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 선수의 몫"이라면서 "이미 지나간 건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다. 매년 (정규시즌) 162경기를 미국(MLB)에서 하면서 배운 건 좋았든 안 좋았든 빨리 잊고 다음 걸 준비하는 거였다. 안 좋은 걸 빨리 잊어버리면 연패는 짧아지고 연승은 길어질 거로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다. 추신수는 "우승이라는 단어가 없으면 (배트를 짧게 쥐는 등) 굳이 땀 흘려 할 필요가 없다. 팬들도 이 더운 날 (경기장에) 찾아와주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