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계 발전을 위한 진심은 다시 한번 드러났다. 하지만 주요 쟁점에 대해선 속 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입장을 밝힌 안세영(22·삼성생명) 얘기다.
안세영은 1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림픽 폐막 전후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해냈지만, 바로 이어진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협회)의 선수 관리와 육성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고, 대표팀 생활도 함께 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후 안세영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였다. 안세영이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한 이유가 외압이었다는 취지로 말을 해 논란은 더 커졌다. 안세영은 7일 귀국 인터뷰에서 "협회와 싸우려는 의도는 없다"라고 했고, 이튿날 SNS를 통해 "올림픽이 끝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안세영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6페이지로 나눠 게재했다. 1페이지에서는 '작심 발언' 후폭풍 탓에 하지 못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족과 동료, 선수촌 지원팀, 훈련 파트너, 소속팀 인원 그리고 응원을 아끼지 않은 국민을 차례로 언급했다.
2페이지에서는 사과 메시지를 전했다. 금메달 획득 직후 부상에 대한 질문을 들은 뒤 지난 7년 동안 대표팀을 겪으며 가슴에 쌓인 실망감이 자신도 모르게 표출돼 축하를 받아야 할 대표팀 동료, 다른 종목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치게 됐다는 얘기였다. 그는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나가는 방법이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라고 했다.
3페이지부터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했던 말들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4페이지에서 안세영은 "협회와 싸우고,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며 귀국 인터뷰와 같은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수의 부상을 관리하는 대표팀의 현재 운영 체제를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이라고 표현하며 "조금씩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대한체육회와 협회는 그에게 개인 트레이너까지 지원했다고 해명했지만, 안세영은 이에 대해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말 한 마디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라고 했다. 안세영은 지난 1월 아버지 안정현씨와 대표팀 운영 개선을 요구하며 협회와 대회를 시도했지만,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어 실망감이 쌓였다.
안세영은 4페이지에서 협회를 향해 "시시비비를 말고 조금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한 서로의 생각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5페이지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위원회가 발족해 조사에 착수한 점을 언급 "선수와 협회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 꼭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말도 5페이지에 담았다. 안세영은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라고 했다.
안세영은 6페이지에서 글을 마치며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다.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듭니다. 그동안 국민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라고 했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대표팀에서 7년 동안 버텼던 안세영 입장에서 개인만 생각 했으면, 금메달을 딴 순간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배드민턴을 하는 후배들이 자신과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라고 했다. 실제로 안세영은 논란의 인터뷰를 한 뒤 김학균 감독에게 "달라져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고.
배드민턴 대표팀 운영이 악습과 구태를 벗어야 한다는 안세영의 주장은 한결 같다. 하지만 이날 입장문은 주요 쟁점에 대한 그의 생각이나 입장이 없었다. 안세영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가 개인 후원 계약 규정 완화 등 선수 처우 문제도 포함된 게 알려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누가 그를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장에 가지 못하게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진실 공방으로 사태가 더 악화되는 걸 피하고 싶은 안세영의 바람도 이해할 수 있지만, 협회 또는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어떤 기류 속에 운영됐는지 국민이 알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날 안세영의 SNS 입장문은 귀국 인터뷰에서 한 말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