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이 또 있다.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복귀하는 옛 제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민규나 조현우(이상 울산)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이미 대표팀 주축으로 자리 잡은 선수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 또는 적지 않은 시간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홍 감독의 옛 제자들의 복귀가 양민혁 등 4명의 새 발탁에 가려진 측면이 있다는 건 짚고 넘어갈 만한 대목이다.
지난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던 정승현(알 와슬)의 경우 7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아시안컵 이후 3월과 6월 모두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그는 홍명보 감독과는 울산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던 선수다. 1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이동경(김천 상무) 역시 마찬가지로 홍 감독이 울산 시절 중용했던 선수였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였던 지난 6월 부상 등 특별한 이유 없이 대표팀에서 제외됐던 김영권(울산)도 홍명보호 1기 출범과 동시에 곧바로 대표팀에 복귀했다. 올해 쉴 새 없는 강행군을 이어온 김영권은 홍 감독이 울산을 이끌던 시기 엔트리에서 제외한 적이 있을 정도로 올 시즌 경기력 기복이 큰데, 공교롭게도 홍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6개월 만의 A매치 출전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도 홍 감독이 이끌던 울산 출신 선수다.
물론 홍 감독과의 인연과는 무관하게 대표팀 승선 자격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 옛 제자들도 있지만, 그간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던 선수들이 공교롭게도 홍명보호 1기 명단에 포함된 건 주목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구나 현재 중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 개막 후 1경기 정도만 치르고도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홍 감독이 과거의 인연을 완전히 배제한 채 경기력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시즌이 한창인 K리그 선수들과 경기력 비교가 객관적으로 잘 이뤄졌을지는 미지수다.
잘 아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린 뒤 서서히 변화를 주려는 의도일 수 있겠으나, 기존 대표팀 명단을 유지하는 대신 과거 인연이 있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복귀시킨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10년 만의 대표팀 감독직 복귀와 맞물려 스스로 ‘유연성 있는 선수 선발’을 공언했던 것과도 거리가 먼 선발인데, 이미 의리 축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