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31)은 '신인 내야수' 양도근(21)의 다이빙 호수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선수다. 2만4000명의 관중이 뜨거운 환호성을 내지르고 선발 투수 코너 시볼드가 크게 포효하는 가운데, 구자욱 역시 크게 박수를 치며 후배를 칭찬하고 격려했다.
양도근은 지난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9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두 타석에 나서 7회 대타 강민호와 교체하기 전까지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희생번트 역할을 잘해냈고, 특히 수비에서 빛났다.
삼성의 수비 이닝 1회 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타격 소리가 나는 순간 1루 주자는 스타트를 끊었고, 타구는 애매하게 치솟았지만 후진 수비하던 좌익수와 2루 베이스에 치우쳐 있던 유격수가 잡긴 어려운 위치로 향했다.
하지만 이때 유격수 양도근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포구 위치를 파악한 양도근이 몸을 날렸고, 팔과 다리를 쭉 뻗으며 다이빙을 한 끝에 타구를 낚아챘다. 이닝 종료. 실점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위기를 구해낸 호수비였다.
양도근의 호수비를 눈앞에서 지켜본 구자욱은 "신인이 저런 멋진 허슬 플레이를 하다니, 정말 열심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함이 보였다"라며 후배를 칭찬했다. 그는 "그 간절한 다이빙 캐치가 분위기를 가져왔고, 이런 모습들을 보며 (좋았던) 옛날 생각도 났다. 멋있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양도근의 호수비로 실점을 막은 삼성은 이후 1실점 최소실점과 함께 5-1 역전승을 거뒀다.
이제 막 1군 데뷔전을 치른 신인, 그것도 육성선수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활약이다. 양도근은 지난 1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정식선수로 전환, 선발 라인업까지 이름을 올리며 박진만 삼성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1군 첫 타석에서 3루타를 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하며 삼성팬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도 흐뭇하다. 박 감독은 양도근을 향해 "팀에 활력소가 되는 움직임을 보이더라. 빠릿빠릿하다"며 "신인 선수답게 하고자 하는 의욕도 넘친다.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라고 칭찬했다.
현재 삼성 내야는 부상병동이다. 류지혁(허리 통증) 김영웅(어깨 통증)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재현도 손목 부상으로 이탈했다가 3일 경기서 교체 투입돼 회복 중이다.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신인 양도근이 혜성처럼 등장해 삼성의 고민을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