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21·KIA 타이거즈)은 지난 23일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에 2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1득점 1타점을 기록한 것이다. 2022년 입단한 윤도현이 1군 경기에 선발 출전한 건 이날이 처음. 통산 타석 소화가 딱 한 번(1타수 무안타)에 불과했던 그는 "감독님께서 스타팅(선발)을 해주셔서 너무 큰 영광이고 감사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안타 하나만 치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윤도현은 무등중 시절 광주 지역에서 손꼽히는 내야 유망주였다. 당시 그와 자웅을 겨룬 게 바로 광주동성중 김도영(21)이다. 중학교 시절엔 "김도영에게 앞선다"라는 평가를 들었지만, 고교 진학 후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광주동성고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도영이 2022년 1차 지명(계약금 4억원), 윤도현은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계약금 1억원)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해 KIA가 선택한 '야수 톱2' 자원이 김도영과 윤도현이었다.
윤도현은 2022년 3월 연습경기에서 오른 중수골 부상을 입었다. 이듬해 4월엔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쳤다.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선 투수 박준표와 함께 캠프 최우수선수(MVP)에 뽑힐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캠프 연습경기 타율 0.462(13타수 6안타). KIA 타자들이 연습경기에서 때려낸 홈런 3개 중 2개를 책임지며 장타율 1.154를 기록했다. 하지만 3월에 옆구리, 4월엔 왼 중수골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재활 치료를 마친 윤도현은 지난 21일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이범호 감독은 한국시리즈(KS)에서 활용할 백업 카드를 실험하며 삼성전에서 '1번 김도영·2번 윤도현'을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두 친구는 6안타(1홈런) 4득점 2타점을 합작,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윤도현은 "너무 기대를 많이 해주셔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쳐도 다시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두 번째 40(홈런)-40(도루) 클럽에 도전하고 있다. 윤도현은 지난 2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도영이 타격을 유튜브에서 검색하기도 한다. 항상 어떤 걸 보고 배워야 하는지 찾아본다. 도영이가 있어서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말했다. 7개월이 지났지만, 마음은 변함없다. 그는 "도영이가 있는 게 나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