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김수미를 향한 애도와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생전 대중에 알려졌던 이미지와 달리 누구보다 따뜻했던 고인의 실제 인품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다수 나온 가운데 마치 인생을 정리하는 듯한 제목의 책도 집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먹먹함을 더한다.
김수미는 25일 오전 심정지 상태로 서울성모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당뇨 등 지병에 따른 고혈당 쇼크로 전해졌다.
김수미의 아들이자 소속사 나팔꽃F&B 정명호 대표는 유족 측 공식입장을 통해 “저의 어머니이시면서, 오랜 시간 국민 여러분들께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님께서 이날 오전 7시 30분 고혈당쇼크로 세상을 떠나셨다”며 “언제나 연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던 김수미를 기억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뮤지컬 ‘친정 엄마’까지,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린다”며 “저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김수미는 지난 1971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전원일기’, ‘자의 계절’, ‘마당 깊은 집’, ‘젊은이의 양지’, ‘안녕, 프란체스카’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수미네 반찬’ 등을 통해 활약하며 꾸준히 대중을 만나왔다.
쉼 없는 활동을 증명하듯,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는 장례 첫날부터 유인촌, 김용건, 유재석, 조인성, 최지우, 유동근, 전인화, 최명길, 박은수, 정준하 등 셀 수 없이 많은 연예계 동료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온라인에도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혜수, 모델 겸 배우 장윤주를 비롯해 방송인 현영, 가수 겸 배우 하리수, 그룹 잼 출신 윤현숙, 추성훈, 홍석천, 변정수, 양정아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후배들의 애도가 계속됐다.
탁재훈, 이상민 등 평소 고인과 부자관계 이상의 각별한 사이를 이어왔던 이들은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촬영차 해외에 나와 있는 상황이라 곧바로 빈소를 찾지 못해 애통함을 더했다. 이상민은 “어머니, 얼마 전 제게 같이 프로그램 하자 하셨는데… 아이디어 떠오르실 때마다 제게 전화 주셔서 즐겁게 의논하시던 목소리가 너무 생생한데 너무 아픕니다. 뵐 수 없어 더 힘듭니다”면서 “어머니, 지금은 직접 찾아뵙지 못하지만, 먼 곳에서 기도드리고 곧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 늘 제게 해주시던 말씀 가슴에 평생 간직하고 살겠습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방송인 박슬기도 신인 시절 MBC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호흡을 맞췄을 당시를 떠올리며 애도를 표했고, 구혜선 역시 장문의 글을 올리고 “선생님은 한 송이의 보라빛 향기셨다”며 “선생님께서 제게 주신 그 마음을 여전히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김수미의 아들인 정 이사와 며느리인 서효림은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이 마지막으로 ‘안녕히 계세요’라는 제목의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이사는 “엄마가 워낙 글 쓰는 걸 좋아하시는데, 집에 가서 보니 손으로 써둔 원고들이 꽤 많더라. 책 제목도 미리 정해두셨는데 ‘안녕히 계세요’였다. 은퇴 후 음식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내용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원고 안에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는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후배들을 향해 ‘나도 평생 조연으로 살았던 배우로서 말해주고 싶다. 지금 힘들고 슬럼프가 있더라도 이 바닥은 버티면 언젠가 되니 중간에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더라”고 말했다.
서효림도 가까이서 봤던 고인의 성정에 대해 밝혔다. 서효림은 고인이 기 센 이미지와 달리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며 “결혼할 때도, 이후에도 주변에서 ‘시어머니 무섭지 않으냐’고 많이 물어봤지만 ‘우리 엄마가 나(서효림) 더 무서워해’라고 응수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또 서효림은 “평생 ‘일용 엄니’로만 불려오다 ‘수미네 반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에 대해 기뻐하며 ‘늘 ‘욕쟁이 할머니’로만 불려 왔는데 요새 내가 ‘선생님’ 소리를 들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라고 하셨다”도 말했다.
돌이켜보면 미담만 가득한 생전 행보였지만 사망 전까지도 속앓이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부터 15년간 함께 해 왔을 정도로 생전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던 뮤지컬 ‘친정엄마’ 출연료를 몇 년간 받지 못했던 것이 뒤늦게 불거진 것. ‘친정엄마’ 체불임금 피해자 모임은 지난 8월 체불임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는데 김수미는 함께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발인은 27일 오전 11시. 장지는 경기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유작은 신현준, 정준호 등과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귀신경찰’로 내년 1월 개봉을 조율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