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만감이 교차했다.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한국시리즈(KS) 준우승이라는 아쉬움, 그리고 동료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에 구자욱은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은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KS 5차전에서 KIA 타이거즈에 5-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4패를 기록, KIA에 우승을 내줬다.
구자욱은 부상으로 결장해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구자욱은 지난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도루 도중 왼 무릎 내측 인대 미세손상 진단을 받고 전열에서 이탈했다. 구자욱은 일본 이지마 치료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으며 조기 복귀를 노렸으나, 결국 KS에선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준우승 후 만난 구자욱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다.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했지만, 함께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크다"라고 전했다. "주장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고 재차 말한 그는 "응원해 주신 팬분들께 너무 죄송했다. 선수단 미팅 때도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만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최약체 평가를 딛고 KS 무대까지 오른 동료들을 칭찬했다. 구자욱은 "선수들이 정말 멋있게 잘했다. 정말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과 다르게 우리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여러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좀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이 시간들이 선수들에게 큰 힘(동기부여)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웃었다.
올 시즌 주장직을 잡은 구자욱은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 "'포기하지 않는 라이온즈'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자욱은 지난해 최다 역전패 1위(38패), 최다 역전승 7위(27승)이었던 팀을 올해 최다 역전승 2위(40승)의 팀으로 탈바꿈했다. 역전패도 전반기까지 최소 1위를 달릴 정도로 뒷심이 강해졌다. 지난 PO 2차전에서 다리 부상에도 절뚝이며 홈을 밟은 구자욱의 전력질주처럼, 삼성도 올해 팀컬러가 확 바뀌었다.
희망을 본 구자욱은 "내년에도 당연히,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해보다 더 잘하는 라이온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다만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다소 박했다. 준우승이라는 결과가 특히 아쉬웠다. 그는 "항상 끝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끝이 좋지 않아서 칭찬보단 자책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내년 시즌) 준비를 더 잘해야 할 것 같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그는 "내년 시즌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잘 준비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일단 깁스를 차고 생활하면서 비시즌 동안 재활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다.
구자욱은 이 아쉬움을 내년의 좋은 동기부여로 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 2등이라는 기분을 잘 기억해두겠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2등이라는 게 참 잔인하다. 나중엔 꼭 1등 해서 기쁨을 누리고 싶다. 내년에 더 잘 준비해서 올해보다 더 잘하는 라이온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