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작품을 하는 건 저한테 일상이에요. 20년 넘게 해온 일이죠.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이 공개되면서 좋은 반응이 배가 된 것 같아서 감사해요. 럭키비키예요.”
배우 문소리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소리는 올해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와 넷플릭스 ‘지옥2’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지난 10월 27일까지 공연한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에도 출연했다. 또 지난 16일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 첫날 아티스트 데이에 그랜드 아티스트상 시상자로도 나서며 다양한 장르, 다양한 작품 등에서 활약했다.
문소리는 지난 17일 종영한 ‘정년이’에서 윤정년(김태리)의 엄마이자 사라진 천재 소리꾼 서용례 역할을 맡았다. 서용례가 매란국극단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윤정년과 바닷가에 앉아서 떡목으로 ‘추월만정’을 열창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며 화제가 됐다. ‘추월만정’은 소리하는 사람들한테도 어려운 대목으로 알려졌다. 문소리는 “‘추월만정’은 거의 1년 연습했다. 마지막 녹음까지 1년 걸렸다”며 “판소리 장단 중에서도 가장 느린 장단이다. 12장단이 한마디다. 그 정도로 느리다. 이렇게 느린 장단은 자기의 소리 공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진짜 실력이 있어야 노래가 들린다. 1년 연습해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정년이’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김태리 때문이라며 “제주도에 있을 때 김태리가 놀러온 적이 있다. 그래서 ‘정년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판소리 레슨을 받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구경 오라고도 말했다”며 “김태리가 노렸다. 엄마 해달라고 나중에 말했다. 인연이 참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이’를 위해 소리만 3년을 연습한 김태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애정을 드러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어요. (김)태리처럼 노력하는 배우는 정말 오랜만에 봤어요. ‘정년이’에서 엄청 큰 짐을 지고 가는데 태리한테는 씩씩한 기운이 있죠. 그 에너지가 전체 팀을 잘 이끌어줘요. 정말 멋있죠. 태리는 정말 대단해요.”
쉼없이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문소리는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이 작품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대본을 받으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한다. 그래서 작품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질문으로 가득 차있다”며 “작품이 끝나면 집에서 아무 생각 안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답은 작품 안에 있다. 그것을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질문하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때가 온다”며 “‘정년이’ 같은 경우에는 소리꾼의 삶이 죽은 것에 대한 표현을 고민했고, ‘지옥2’는 정치인으로서 리얼하게 표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판타지 장르물에서 악랄한 빌런 역할을 보여줘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 전체에서 내가 보여줘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체를 두고 캐릭터에 모양을 만들어 나갔다”고 덧붙였다.
연극에도 참여한 문소리는 “연극을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 연극은 더 깊이 관계를 쌓을 수밖에 없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극이 주는 매력에 대해서 “사람들 사이에서 얻는 따뜻함이 많다. 우정이나 사랑에 가까운 감정이다. ‘굉장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일상에서 웃을 일이 많이 없는데 연극을 하면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웃는다. 그 순간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작품을 끝내고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동료가 생긴다는 점이에요. 그런 동료가 생길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거죠. 소소하지만 서로를 위해주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작품이 끝나도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