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담 대응 부서가 서초 사옥으로 합류하면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과 삼성 브랜드의 대외 홍보를 담당하는 전담팀인 브랜드PR팀이 이번 주말 서울 중구 태평로 소재의 삼성전자 본관에서 서초 사옥으로 이동한다. 브랜드PR팀장인 윤종덕 부사장을 포함해 CSR PR, PR기획, 광고 담당 18명이 서초 사옥 19층 사무실로 옮겨 3월부터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이 브랜드PR팀은 ‘이재용 회장의 대응 전담팀’으로 알려졌기에 이번 이동이 컨트롤타워 재건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초 사옥은 이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데다 지난 2008년 완공 후 삼성그룹의 본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이 회장의 전담팀까지 합류하는 셈이라 그룹의 컨트롤타워 구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관련 2심 선고 이전부터 기획홍보 전담팀의 서초 사옥 이동이 검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검찰의 대법원 상고로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브랜드PR팀은 대법원 선고 전까지 서초 사옥에서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팀 등과 함께 법적 분쟁 이슈에 유기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등 위기에 직면한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 재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놓인 만큼 컨트롤타워 재건을 희망하고 있다. 경영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개인적으로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어떤 방식으로 만들고 이끌어갈지는 회사에서 많은 고려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연합뉴스 서초 사옥 내에서도 컨트롤타워 재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 회장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경영적 판단을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우선 최고 결정권을 가진 이 회장의 집무실에 정현호 부회장이 주도하는 사업지원 TF팀이 상주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경영진단실을 신설하면서 최윤호 전 삼성SDI 대표를 초대 실장으로 선임했다. 신사업 발굴 및 기획을 담당하는 미래사업기획단도 있는데 고한승 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다. 이어 브랜드PR팀까지 가세한 것이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그룹의 사업들을 진단하고 기획, 지원, 대외 홍보 등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팀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이에 이 회장이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미지수지만 언제든지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브랜드PR팀의 이동은 임시적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일 뿐 컨트롤타워 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랜드PR팀이 사용했던 태평로 본관 27층이 오래된 탓에 배수관이 터져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득이하게 서초 사옥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지 컨트롤타워 재건과는 관련이 없고, 사업지원 TF팀과도 다른 층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입장에서는 위기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시점이라 결단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상고로 사법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