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롯데 자이언츠 '안경 에이스' 박세웅(30)이 275일 만에 승리 투수가 됐다. 타선의 공격력이 떨어져 고전하던 소속팀에 단비를 뿌렸다.
박세웅은 지난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주말 3연전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 6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다. 롯데가 3-1로 승리하며 박세웅은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박세웅은 승리 투수가 된 건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6월 27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 이후 16경기만이다. 그는 그사이 나선 15경기에서 7번 퀄티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해냈지만, 타선이 침묵하거나 불펜 투수들이 리드를 지키지 못해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박세웅은 이날(29일 KT전에서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강백호, 멜 로하스 주니어(스위치 히터), 천성호 등 좌타자와의 승부에서 슬라이더로 몸쪽을 공략하는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롯데는 지난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부터 28일 KT와의 홈 개막전까지 3연패를 당했다. 타자들의 타격감이 전반적으로 올라오지 않아 한 번도 4득점 이상 기록하지 못했다. 29일 KT전 역시 3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박세웅이 호투한 덕분에 3연패를 끊었고, 2만2665명 만워 관중 앞에서 홈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사실 박세웅은 한창 승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자신이 승리 투수가 되는 것보다는 팀이 이기는 데 더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17시즌에도 전반기에만 9승(2패) 거뒀지만, 후반기 3승에 그친 경험이 있다. 그때 송승준 선배님,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와 (조쉬) 린드블럼이 '선발 투수는 이닝을 최대한 많이 막아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해줬다. 2024시즌 후반기 승운이 없었지만, 내가 못 던진 경기도 많았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박세웅은 2024 정규시즌, 총 173과 3분의 1이닝을 기록하며 국내 선발 투수 중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박세웅은 지난겨울 피칭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 소속 전문가들이 한국에 나와 진행했던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드라이브라인은 바이오메카닉(생체역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출한 솔루션을 선수에게 제공해, 신체 가동성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구속·구위 향상을 이룬 투수들이 많았다.
박세웅은 2025시즌 첫 등판이었던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5이닝 동안 8피안타(3피홈런) 4실점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포심 패스트볼(직구)이 빨라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드라이브라인에서 배운 훈련 프로그램 중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받아들여 내구성 향상을 노렸다.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는 한층 견고한 투구를 보여줬다. 무려 9개월 동안 승수 추가가 없었던 그에게 29일 KT전 승리는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