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런데 귀한 왼손 투수를 내주고 타자를 영입했다. KT는 어떤 계산으로 트레이드를 한 걸까.
KT는 2일, 롯데에 왼손 투수 박세진을 보내고 외야수 이정훈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KT가 왼손 투수 카드로 롯데와 트레이드를 단행한 건 최근 2년 사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2023년엔 심재민을 주고 내야수 이호연을 받았다. 심재민은 2014년 신생팀 우선 지명, 박세진은 2016년 1차 지명 선수로, 두 선수 모두 KT의 '코어 유망주' 좌완 투수 출신이다.
KT는 수 년간 왼손 투수 기근에 시달렸던 팀이다. 올 시즌 선발 투수(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오원석)를 제외하고 KT 마운드에 오른 왼손 불펜 투수는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귀한 왼손 투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내놨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가 1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2회초 2사 1,3루 이정훈이 동점 만드는 적시타를 치고 출루해 나경민 코치의 축하를 받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2023.08.10/
이유가 있었다. 팀의 니즈(Needs)에 무게를 더 실었다. 트레이드 후 KT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격력 강화가 절실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출루와 콘택트형 타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지난해 대타에서 검증이 된 선수인 이정훈을 영입했다"고 덧붙였다.
이정훈은 지난해 롯데에서 대타 타율 0.282(39타수 11안타) 6타점, 장타율 0.359, 출루율 0.396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1군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퓨처스(2군)리그에서 19경기 타율 0.357, 3홈런, 8타점, 장타율 0.786으로 빼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KT 고위 관계자는 "우리 팀의 올 시즌 대타 성공률이 리그 최하위다. 1할5푼대(0.151)다. 또 지금 주축 타자들인 강백호와 황재균이 부상으로 빠져 있어 공격력 보강이 필요했다. 이정훈의 타격은 1군 주전 선수 만큼의 기대치가 있다"며 그를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22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이호연이 8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익수 오른쪽 안타를 날리고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2023.08.22.
KT는 지난 2023년 트레이드 효과를 한 차례 본 바 있다. 당시도 공격력 강화를 이유로 왼손 심재민을 내주고 이호연을 품었다. 영입 당시 KT는 "1군 경험이 있는 이호연은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출루율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타격 능력을 인정 받은 내야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호연은 이적 이후 38경기에 나서 타율 0.305 3홈런 1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엔 이정훈에게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이정훈은 뚜렷한 약점이 있다. 바로 수비다. 이정훈은 외야수와 포수, 1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두루 거쳤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명타자 혹은 대타로 나서는 일이 많았다. KT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약점인 공격력 강화를 우선으로 봤다. 수비도 좋아지면 금상첨화다"라며 그의 활약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