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 (사진=ATRP 제공) ‘인간비타민’ 가수 츄의 행보가 흥미롭다. 대중에 익숙한 이미지를 택함으로써 단기적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행보가 아닌, 다음 스텝을 위해 꾸준히 알을 깨 나가는 도전을 통한 진화의 행보라는 점에서다.
츄는 2017년 걸그룹 이달의 소녀로 데뷔한 뒤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21년 솔로 전향 후 내놓은 첫 미니 앨범 ‘하울’부터는 이미지 너머 진짜 그 자신의 음악색을 조금씩 꺼내보여왔다. 2024년 ‘스트로베리 러시’로는 다시 한 번 대중이 익숙한,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인간비타민’ 그 자체의 매력을 그대로 전달했다면 지난해엔 ‘온리 크라이 인 더 레인’을 통해 한층 깊어진 감성을 들려줬다.
이 변화무쌍한 여정은 최근 발매한 첫 정규 앨범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에서도 이어졌다. 츄의 기존 행보를 지켜보던 이들에겐 드라마틱한 변신까지는 아니지만, 츄를 엔터테이너로 기억해 온 이들에겐 신선한 반향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해 츄는 “이번 정규 앨범을 준비하면서 소속사와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지금의 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보다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가’에 가까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비춰지는 밝고 친근한 이미지가 내 중요한 일부인 건 분명하지만, 츄라는 이미지 안에 머무르기보다는 그 너머에 있는 츄의 보컬적인 강점까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솔로 전향 5년 만에 처음 내놓는 정규 앨범인 만큼 소속사의 고민도 컸다. 소속사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내부적으로는 츄라는 인물이 하나의 캐릭터로 비춰지는 지점을 넘어 단기적인 반응보다 이번 앨범이 장기적인 서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대중성 역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선적인 방식이 아닌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소속사는 “이번 정규 앨범은 대중적인 이미지와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선택의 문제로 두기보다는, 두 지점을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츄라는 이름이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계속 확장되고 변화할 수 있는 세계로 인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앨범”임을 강조했다.
앨범에 수록된 총 9개 트랙에는 츄의 중저음 보컬과 한층 넓어진 스펙트럼, 자신만의 감성으로 곡을 풀어내는 해석력이 담겼는데, 전작에 비해 또 한 번 깊어진 내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중 타이틀곡 ‘엑스오, 마이 사이버러브’는 반짝이는 신스 사운드와 80년대 질감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아날로그 팝 트랙으로 디지털 환경 속 관계와 감정의 파동을 ‘사이버 러브’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이 곡은 보고 듣자마자 단번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스트로베리 러시’ 류의 급속 충전 비타민은 아니지만, 깊이도 폭도 한결 넓어져 은은하게 스며드는 류의 비타민이다. 아날로그적이면서도 트렌디하고, 리드미컬하면서도 포근하고, 감각적이면서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독특함이 공존한다. 중독성보다 한 수 위인, 음악이 남기는 잔향도 상당하다.
츄는 해당 곡에서 사이버 걸로 변신해 인간을 향한 사랑을 표현해냈다. 원밀리언 최영준 안무가가 참여한 퍼포먼스는 음방 내내 화제였는데, 무대 위 츄는 AI를 연상하게 하는 표정과 제스처 한편, 그 내면의 따뜻함을 신선하게 표현해냈다. 소속사는 “팬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과 콘셉트일 수 있지만 그 중심에 놓인 정서는 츄가 지닌 따뜻함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악과 비주얼 모두 그 지점을 향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고 귀띔했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통한 타이틀곡 홍보 활동은 끝났고, 혹자는 앨범과 곡이 거둔 가시적 성과에 주목한다. 하지만 츄라는 보컬리스트이자 퍼포머, 엔터테이너의 가치가 재확인된 점은 성적표 그 이상의 수확이다. 츄는 향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