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은 출연진 개인의 발언 수위에만 있지 않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해당 발언을 걸러내지 않고, 오히려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한 제작진의 연출 방식에 있다.
지난 11일 첫공개된 ‘운명전쟁49’는 49명의 무속인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무속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이란 점에서 공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MC 중 박나래가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공개 여부가 불투명했던 ‘운명전쟁49’는 정작 다른 출연진의 경솔한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된 2회는 순직 소방관과 경찰관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미션을 다뤘다. 실존 직업군의 희생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높은 윤리적 감수성이 전제됐어야 할 회차다. 그러나 방송은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
소방관 순직 사례에서 정답을 맞힌 매화도령은 비교적 상징적이고 절제된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화마 속에서 일했던 소방관’, ‘무거운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주’, ‘코를 찌르는 재 냄새’, ‘화마 속에서 명을 다했다’, ‘살기가 있으나 사람을 살리는 일로 풀었던 큰 인물’이라고 고인을 설명했다. 고인을 희화화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한 발언은 없었다. 이후 다른 무속인들이 “압사” 등 보다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했고, 해당 장면은 그대로 방송에 포함됐다. 이들은 정답자도 아니었다.
경찰관 순직 사례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주 풀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출연자 파이가 정답을 맞혔다. 그는 “경찰관이나 군인처럼 위기에서 구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청룡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용맹하고 앞장선다. 정화하는 사주를 갖고 있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기질이다. 칼이나 총격 싸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일부 출연자의 입에서 “칼빵”과 같은 노골적인 표현이 나왔고, 이 역시 편집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는 여러 명의 운명술사가 동시에 도전했고, 수많은 발언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는 결국 제작진의 판단이다. 자극적인 표현을 배제하는 선택 역시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장면을 유지한 것은 ‘실수’라기보다 연출의 방향성에 가깝다.
무속이라는 소재는 민감하다. 더구나 공적 사명을 수행하다 순직한 인물을 다루는 서사라면 오락적 긴장보다 인간적 존중이 우선돼야 했다. 그렇지만 이번 방송은 추리 예능의 도파민 구조 안에 죽음을 배치했고, 그 과정에서 희생의 의미는 흐려졌다.
논란 이후 24일 제작진은 공식 입장을 통해 재차 사과하며 “향후 방송 제작 전반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내부 검토 및 제작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겠다.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예능은 오락을 지향하지만, 모든 소재가 오락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운명전쟁49’ 논란은 제작진의 선택이 빚은 결과라는 점에서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앞으로는 자극적 장면을 통해 긴장감을 확보하는 방식이 아닌, 소재에 대한 충분한 숙고와 편집 과정에서의 윤리적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