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패럴림픽은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이탈리아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5개 종목(알파인스키·스노보드·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휠체어컬링)에 걸쳐 50여 명이 참가한다. [사진=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남긴 여운이 이제 패럴림픽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팬들이 패럴림픽을 즐기는 풍경은 사뭇 낯설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했던 JTBC가 패럴림픽 중계권은 구매하지 않으면서, 빈자리를 공영방송사인 KBS가 채우게 됐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서로 다른 채널에서 봐야 하는 초유의 '중계권 이원화'가 발생한 것이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럴림픽이 중계된 이후, 동·하계를 막론하고 올림픽 중계사와 패럴림픽 중계사가 달랐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당시 독점 중계사였던 SBS는 패럴림픽 중계권을 안고 휠체어컬링 결승전을 지상파 최초로 생중계한 바 있다.
그랬던 패럴림픽이 올림픽 중계사의 외면을 받았다. JTBC는 올림픽(IOC)과 패럴림픽(IPC)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와 중계권 계약 구조 권리 범위가 서로 다르다면서, IPC가 각국에서 장기간 협력해 온 파트너 방송사를 중심으로 중계권을 판매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JTBC가 올림픽과 달리, 패럴림픽 중계권을 구매하는 데에 있어선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번 중계권 이원화는 국내 미디어 생태계가 패럴림픽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베이징 동계 패럴림픽에서 노르딕 스키 종목에 나선 원유민.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대한민국 신의현이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IS포토
패럴림픽은 그 자체만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가 크다. 지난해 IPC의 의뢰로 닐슨 스포츠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24 파리 패럴림픽 전후로 11개국 1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약 73%가 패럴림픽이 장애인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80%는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인의 능력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으며, 79%는 사회 전반에 걸친 포용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TV 매체가 패럴림픽을 생중계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패럴림픽 중계는 그 자체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최근 발표한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2%가 "패럴림픽 중계가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63.1%는 "중계 확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포츠의 본질인 '공정성'을 수호하고 포용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있어, TV 중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절대적이라는 방증이다.
장동신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알파인 스키 회전(시각장애)에 출전한 최사라.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앞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지난 2024년 7월 패럴림픽 중계 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시청권 보장과 중계 확대를 위해 '방송법' 등 관련 법 개정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중계를 통해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을 넓힐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했다.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 선수들은 자칫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할 뻔했다. 초유의 중계권 이원화 사태로 인해 패럴림픽 중계가 지닌 본연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된 셈이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의 환희만큼이나, 한계를 넘어 내달리는 패럴림픽 선수들의 투혼 역시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이번 사태를 미디어의 본질적인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되짚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