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복귀 그 이상이다. 이나영이 여성 주도극 ‘아너’에 의미 있는 마침표를 찍는다.
10일 종영하는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은 거대한 스캔들이 되어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 윤라영(이나영), 강신재(정은채), 황현진(이청아)의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방영 전부터 이나영의 3년 만 드라마 복귀작이자, 여성이 이끄는 법정물이란 소식에 관심이 쏟아졌다. ENA 월화극 역대 첫 회 시청률인 3.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에서 출발, 반환점을 돈 7회부터 2주 연속 자체 최고 4.3%를 웃돌 정도로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했다. 쿠팡플레이에서도 공개된 이래 1위를 수성하며, ‘아너’ 공개 전달 대비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2% 상승한 879만 명(와이즈앱·리테일 2월 집계)을 기록하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최근 인기를 끈 K법정물이 각 피해자의 사연별로 에피소드가 구성된 활극이라면, ‘아너’는 원작 스웨덴 드라마처럼 현재의 거대한 한 사건과 주인공의 과거 사건이 맞물려 하나의 진상을 겨냥하는 구조로 몰입을 높였다. 극중 대규모 범죄 카르텔인 비밀 성매매 어플 ‘커넥트인’ 피해 사례와 주인공 삼인방이 20년 전 겪었던 일이 교차하며 매회 차 반전이 돋보였다.
과거와 현재의 중심축이 바로 이나영이 연기한 윤라영이다. 극중 여성 범죄 피해 전문 로펌 L&J에서 언론과 대중을 전담하는 셀럽 변호사지만, ‘커넥트인’의 뒷배면서 20년 전 그에게 데이트 폭력 트라우마를 안겨준 전 연인이자 가해자 박제열(서현우)이 등장하면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이나영은 윤라영의 상처 입어 연약해진 모습부터 이를 딛고 다른 피해자와 연대하는 변호사로서의 강단 있는 모습까지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진가는 감정 신에서 드러났다. 자신의 범죄 피해를 생방송에서 고백하거나 ‘커넥트인’의 피해자 한민서(전소영)가 친딸로 드러났을 때 이나영은 긴 호흡의 응시로 인상을 남겼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나영이 ‘아너’를 통해 오랜 시간 둘러 온 신비주의를 내려두고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내는 연기를 얼마든 할 수 있는 배우란 걸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초반 회차에선 삼인방 중 가장 일반적인 변호사 상이자 고고한 이미지였지만, 중후반부터 윤라영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진폭이 큰 감정선을 소화해 내는데 이는 그동안 잘 보여주지 않았던 연기로, 복귀작의 포부가 보였다”고 평했다.
이나영은 작품의 메시지까지 빛냈다는 평가다. “네 말대로 나는 부서졌지만 너한테 지진 않았어”라고 박제열에게 건넨 윤라영의 대사는 ‘아너’를 관통한다. 윤라영의 행보가 그랬듯 그간 쌓아온 커리어적 ‘명예’를 잃을 수 있는 선택이라도, 무력한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서의 ‘존엄’을 지켜내는 삶의 방식이 진정한 승리임을 보여줬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아너’는 ‘커넥트인’이라는 남성 중심 범죄 카르텔을 다루지만 거기 동조하지 않는 남성, 저마다 이유로 카르텔을 감싸는 여성 등을 등장시켰다”며 “해외 원작이지만 우리 사회도 지닌 인식의 축에 변화를 주고자 다양한 캐릭터들의 심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배우들의 연극적이면서도 균형잡힌 연기가 결이 잘 맞았다”고 분석했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