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제5-2민사부(나)는 어트랙트가 더기버스를 상대로 제기한 피프티피프티 ‘큐피드’의 저작권 확인 소송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저작권썰’은 음악 저작권을 주제로 모두가 알기 쉽게 소통하자는 취지로 진행되는 칼럼인 만큼, 판결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보다 음악저작권 산업 종사자의 시각에서 이 사안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 ‘큐피드’ 저작권은 더기버스의 것인가
항소심 판결이 발표되자 각 언론은 저작권이 ‘더기버스 것’ 혹은 ‘큐피드의 저작권은 안성일에게 있다’, ‘더기버스, '큐피드' 저작권 가져갔다’ 등의 표현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이는 실제 권리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여 대중에게 혼선을 유발하는 표현일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 (KOMCA)의 저작물 검색 데이터베이스상 ‘큐피드’의 저작자는 더기버스 대표 안성일(예명 SIAHN), 백진실(예명 AHIN), 송자경(예명 KEENA, 키나)로 기재돼 있습니다.
2023년 7월, 디스패치가 보도한 ‘큐피드’의 저작권 지분표에 근거해 살펴보면 안성일 개인의 지분율은 95.5%, 이 중 66.85%를 법인 더기버스가 안성일의 권리출판사 지위에서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더기버스의 백진실 이사가 4%, 그리고 키나가 0.5%의 지분율을 보유하는 공동 지분 구조로 구성돼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음악 저작권 지분이 주식회사 개념처럼 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이 되거나 의결권을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법인 더기버스의 대표 안성일과 이사 백진실의 지분을 모두 합쳐서 99.5%로 보더라도, 키나가 0.5%를 보유하는 이상 복수의 권리주체가 결합된 음악저작물인 ‘큐피드’를 ‘더기버스 단독의 저작권’ 또는 ‘안성일 단독의 저작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실제 저작재산권 구조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안성일 대표 개인과 법인 더기버스는 법적으로 동일한 주체가 아니며, 백진실 이사 역시 별도의 저작권 주체입니다. 키나 또한 독립적인 저작권 권리자입니다.
여기에 KOMCA의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공표돼 있지 않지만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저작자로 표기돼 있는 스웨덴 국적의 Adam Von Mentzer, Mac Fellander-Tsai, Louise Udin도 저작권을 더기버스 혹은 안성일에게 양도했지만(어느 쪽이 양수자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이 채택하고 있는 대륙법계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인격권이 별도로 인정됩니다.
◇ 산업적 관점에서 ‘곡을 구매했다’는 의미
지난 2023년도 디스패치 보도에서 공개된 더기버스가 어트랙트로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큐피드 곡비’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산업에서 통용되는 작곡가 혹은 뮤직퍼블리싱사 등을 통해 ‘곡을 구매’하고 ‘곡비’를 지급하는 것은 해당 곡을 앨범에 수록하고 음원을 제작·발매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한다는 뜻입니다.
필자 역시 SBS ‘푸바오와 할부지’ OST를 제작하는 당시 퍼블리싱을 통해 저작자의 곡을 구매한 경험이 있습니다. 구매 과정은 최초 음원 제작 라이선스 계약 또는 음악저작물 제작 및 이용 허락 계약을 체결함으로 작사·작곡·편곡자가 곡 제작에 참여해 곡을 만들고, 제작 주체는 그 비용을 지급하는 대가로 앨범 제작과 발매에 필요한 이용 권한을 확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작권 양수도는 이와 별개의 행위입니다. 다만 안성일 대표와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의 공개된 녹취와 알려진 내용들을 놓고 보면 석연치 않은 지점이 있습니다. 전홍준 대표는 ‘외국에서 곡을 샀다’는 표현을 쓰며, 외국인 저작자가 KOMCA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투자회사 쪽에서 문의가 왔다’고 묻고, 안성일 대표는 ‘퍼블리셔 등록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며 ‘등록에는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발매될 앨범에 부착할 인지 신청을 위해) 국내 저작자인 자신만 먼저 등재했다’고 해명을 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KOMCA에 곡 등록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저작자들이나 권리출판사인 퍼블리싱의 니즈입니다. KOMCA에 곡을 등록할 수 있는 자격 또한 KOMCA 회원인 저작자들이나 저작자로부터 위임을 받은 주체 혹은 KOMCA에 권리출판사로 등록된 퍼블리싱들에 한정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작자의 저작권에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어트랙트나 투자회사가 KOMCA 저작권 등록 상태를 문제 삼고, 이에 대해 95% 이상의 저작권 지분을 가진 이해당사자 안성일이 해명을 하는 대화 흐름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어트랙트 측은 지난 5일 ‘더기버스가 용역 계약서상 피프티피프티 프로젝트 전반적 사항을 본청인 어트랙트에 보고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확보에 대해서 보고하지 않고 몰래 구매했으며, (저작권을) 구매하지 않았다며 거짓 보고를 했다’고 (이번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더기버스가 ‘(저작재산권을) 구매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했다면 굳이 왜 구매 여부를 보고했는지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이는 ‘곡 구매’의 범위에 대해 양측 사이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일반적인 ‘거래’ 에서 안목을 통해 가치 있는 재화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마진을 남기는’ 것은 사업자의 능력으로 평가받습니다. 더기버스는 ‘완전한 승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역 음악 프로듀서이자 저작자인 안성일 대표가 ‘큐피드’의 경제적 가치를 먼저 알아채고 계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저작재산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행보는 그 자체로 ‘법을 아는 사업가’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른바 저작권법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된 영리한 사업적 판단으로 평가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어블룸. (사진=매시브이앤씨 제공) ◇ ‘어블룸’은 Yes, ‘피프티피프티’는 No?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은, 콘텐츠 산업에서 저작권은 단순히 로열티 수입원만이 아닌, 그 곡을 어디에, 어떤 방식 및 형식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 활용 전반에 대한 통제권을 포함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저작권 양수도는 일반적인 재화 거래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제 피프티피프티가 ‘큐피드’를 콘서트에서 부르고 그 콘서트를 영화화 하거나 DVD, 블루레이로 제작하고자 할 경우, 저작권자 중 한명인 키나가 승인하더라도 안성일 대표와 더기버스, 그리고 백진실 이사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당시 멤버들이 탈퇴해 결성한 ‘어블룸’ 측에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원저작자 키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OTT 콘텐츠에서 부르는 것은 더욱 엄격합니다. 실제로 필자가 담당한 넷플릭스의 음악 오리지널 콘텐츠 ‘테이크 원’에서의 임재범, 박정현, 마마무 등을 비롯해 지난해 애플TV ‘KPOPPED’에서의 있지, 케플러 등 역시 본인의 히트곡을 프로그램에서 가창하기 위해 저작권자 전원으로부터 ‘싱크권(Synchronization Right)’ 승인을 선행적으로 취득해야만 했습니다.
대법원 상고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로 법적 판단의 기조는 명확해졌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대중의 준엄한 평가와 후세 역사의 기록뿐입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판결문의 행간을 바탕으로 저작권법 전문가와 함께 법적 함의를 정밀하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지욱 ㈜메이저세븐이엔엠 대표 김지욱 대표 ▶ 저자소개=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석사, 현재 (주)메이저세븐이엔엠의 대표로 음악 저작권과 콘텐츠 현장에서의 음악 저작권 관련 업무 및 자문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JTBC ‘싱어게인’,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태풍상사’, ‘폭군의 셰프’, SBS ‘우리들의 발라드’, Mnet ‘보이즈플래닛’ 등 다수 프로그램 및 콘텐츠의 음악 저작권 관리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