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9회초 1사 3루 한국 안현민이 희생 플라이 아웃으로 3루 주자 박해민이 홈인하자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 팀에는 외국인 타자가 2명 있다."
지난해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멜 로하스 주니어와 '이 선수'를 묶어 '용병'이라 칭했다. 1군 풀타임 첫해부터 20개 이상의 아치를 그리며 맹활약한 '터미네이터' 안현민(23)을 두고 한 말이었다. 2025시즌을 앞둔 비시즌 '절친'이 된 로하스를 따라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야구 유학을 다녀온 그는, 지난해 외국인 타자 버금가는 활약 덕에 'KBO 도미니카 용병'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까지 붙었다.
그로부터 1년 뒤, 태극마크를 단 안현민은 이제 '진짜' 도미니칸들 앞에 선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무대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을 마주하게 된 것. '1조 원의 사나이'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도미니카 강타자들과 화끈한 화력 대결을 펼칠 참이다. 지난 유학 시절 만난 이들은 현지 리그 선수들이었지만, 중남미 특유의 야구 리듬을 현지에서 직접 호흡하고 온 안현민의 경험은 이번 8강전에서 간과할 수 없는 귀중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선 1라운드에서 안현민이 남긴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대표팀의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아 4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 출루율 0.438을 기록했다. 안타 4개가 모두 2루타였을 정도로 특유의 펀치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타점이 단 1개에 그친 점은 중심타자로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그 유일한 타점의 순도는 엄청났다.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호주전에서 쏘아 올린 천금 같은 희생플라이가 바로 그것이다. 이 타점 하나로 한국은 8강 진출을 확정 지었고, 8강 진출 상금 100만 달러를 확보하며 사실상 '100만 달러짜리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낸 셈이 됐다.
이제는 8강 토너먼트, 안현민이 '진짜' 해결사로 나서야 할 때다. 단기전의 특성상 상위 라운드로 향할수록 중심타선의 혈이 뚫려야 팀 전체의 득점력이 살아난다. 1라운드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심리적 유대감이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안현민의 방망이가 시원하게 폭발할 시점이 왔다. 진짜 도미니칸들 앞에서 'KBO 도미니카 용병'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며 팀을 4강으로 견인할 수 있을지, 안현민의 호쾌한 스윙에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한국 대표팀과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 9회초 무사 한국 안현민이 솔로홈런을 친 뒤 자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알버트 푸홀스 감독이 지휘하는 도미니카공화국과 WBC 8강 단판 승부를 벌인다.